행정안전부는 1억원 이상 지방세를 내지 않은 상습 체납자 3016명을 공개했다. 실명은 2006년부터 공개됐다. 국세청도 3일 10억원 이상 국세 체납자 65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역시 2004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부문별 고액 체납자 1위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지방세 체납 2위는 최순영(崔淳永) 전 대한생명 회장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36억3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은 세금을 낼 뜻이 전혀 없다고 한다. 최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을 누르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누굴까? 39억9700만원을 내지 않은 이모(47)씨다. 그는 2001년 2월 액세서리를 제조, 수입하거나 각종 생활용품, 통신용품 등을 파는 업체를 차렸다. 부동산 임대업도 했다. 그의 회사는 2004년 10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그 뒤 그는 주민세 등 6건의 세금이 밀렸다. 보통 세금이 밀리면 세금징수팀은 공문을 보내고 집에 찾아가 독려한다. 그래도 의지가 없으면 "딱지"를 붙이며 재산을 가압류해 강매하거나 숨은 재산을 찾아낸다. 올 초 서울시청 38세금징수과 직원이 서울 성북동 이씨의 주민등록지 주소로 찾아갔지만 집은 이미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3층 건물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문화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명의로 된 토지와 예금도 없었다. 2005년 주민등록도 말소돼 사실상 행방불명 상태라 추적도 불가능하다. 그 전까지 1년에 10차례씩 해외에 나갔던 그였지만 그 후로는 출입국 기록도 없다. 서울시청 측은 그에 대한 징수 가능성이 전무(全無)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천 38세금징수과 직원은 "1년에 2~3차례씩 예금이나 부동산 내역을 파악해 재산이 발견되면 압류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에도 체납자들의 은행 대여 금고를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과정에서 이씨 명의의 금고가 하나 발견돼 압류조치된 상태다. 이씨의 체납세금은 2011년까지 한 달에 1.2%씩 가산금이 붙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올해 국세 체납 1위부터 10위까지의 개인은 금(金) 도매상 대표가 5명이나 됐다. 1위는 부가가치세 등 560억원을 체납한 금 도매상 대표 이모(63)씨였다. 그 역시 2004년부터 세금이 밀렸다. 국세청은 이씨가 2009년 6월 현재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데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이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재산이 있는지 여부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이 발견된다 해도 우선 채권 등으로 압류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처럼 상습 고액 체납자는 무조건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는 경우보다 대개 세금을 낼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체납 건수 부문 1위도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 마포동에 사는 이모(61)씨가 1996년부터 종합토지세 등 1520건의 세금을 안 냈다. 20년 넘게 1000건 넘는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게 가능할까? 마포구에 등록돼 있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체납 건수를 모두 합쳐봐도 31건이었다. 이씨 역시 말소됐던 주민등록을 살리길 수차례 반복하며 가장 최근 주민등록지 주소만 마포동으로 돼 있을 뿐 실제로는 22년째 행방불명이다. 그는 애초 대구에서 주택건설업을 해오다 97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분양되기 전의 아파트 하나하나가 그의 명의다 보니 체납 건수도 한순간에 1520건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96년부터 98년까지 발생한 재산세 체납액은 13억원 정도다. 아직도 대구 시내에는 이씨가 당시 지은 아파트가 남아 있지만 관련 부처의 이씨에 대한 추적은 사실상 종결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20년 전 이미 이씨의 모든 부동산은 강제 경매됐다. 지금 이씨 앞으로 남아 있는 29건의 부동산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도로 구획 등을 하고 남은 자투리땅이 대부분이라 경매에 필요한 경비가 땅 판 돈보다 더 클 정도다. 체납 세금은 결국 못 받는 것일까? 체납자가 사망해도 후손에게 상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산보다 빚이 많아 대부분 상속을 포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형대 대구 북구청 세무과 직원은 "안 낸 세금은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이 짊어지고 가는 짐"이라고 했다. 체납자가 사망한 뒤 상속자도, 은닉 재산도 발견되지 않을 때 법적 절차가 다 끝난다. 죽음으로 밀린 세금을 갚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