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중동부의 중심도시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최고(最古) 도시 중 하나이자 동서 문명의 교차로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옛 도성지 아프라시압에서 발견된 조우관(鳥羽冠)을 쓴 고대 한국인이 등장하는 7세기 중엽의 벽화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9월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에서 개최 중인 ‘동서 문명의 교차로-우즈베크스탄의 고대 문화’가 바로 그것. 선사시대부터 8세기까지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번 전시를 위해 우즈베키스탄 국립역사박물관과 국립미술관, 예술학연구소, 사마르칸트 역사건축예술박물관, 사마르칸트 고고학연구소 등지에서 소장품 150여점을 출품했다. 이들 유물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의 정수일 뿐만 아니라, 불교의 동점을 포함해 실크로드를 통한 고대 한국 문화와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청동기시대 대표 유적인 사팔리테파에서 발견된 기원전 17~16세기 토기와 장신구, 청동거울 등이 전시되고 있는 제1부 ‘우즈베키스탄의 선사 문화’ 코너는 기원전 2000년에 이미 높은 수준을 이뤘던 이 지역의 청동기 문화를 잘 보여준다. 알레산더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가속화된 동서 문명의 융합과정을 소개하는 제2부 ‘동서문명의 융합’에선 우즈베키스탄 남부 테르메즈 지역의 불교 유적에서 발견된 쿠샨 왕자상, 대형 보살상 등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아프라시압 벽화 모사도가 공개되고 있는 제3부 ‘소그드의 도시 문화’에선 쿠샨 왕조가 멸망한 4세기부터 8세기 아랍 침략까지 시기의 문화를 소그드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국제 상인으로 유명했던 소그드인에 의해 조영된 사마르칸트의 화려한 도시 문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코너에선 1965년 아프라시압에서 벽화가 발견됐을 당시 제작된 모사도(총 9점)가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현재 아프라시압 벽화가 발굴 당시에 비해 채색이 많이 떨어지고 윤곽이 흐려진 상태여서 종이에 수채 물감으로 그린 모사도는 벽화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고 의미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제4부 ‘에필로그’에서는 19~20세기 우즈베키스탄의 공예품이 소개되고 있다. 02-2077-9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