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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백서]9월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

 
▶"3개월내 재(再)시도 가능성 높아… 적극 관심을"
▶자살 시도한 사람의 27% 다시 시도해 사망
▶가족도 엄청난 스트레스 함께 전문가 상담 받아야

"그날은 약을 먹고 며칠 아무 생각 없이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강원도 원주의 강희연(37·가명)씨는 지난 2일 자택 거실에서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씨는 지난 7월 이 집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시도한 "자살 시도자"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강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딸(10)·아들(8)을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사는 보통 아줌마였다. 그런데 올해 3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심신이 황폐해졌다. 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에는 몰랐는데, "진실을 밝히겠다"며 병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집에 있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뒷산을 몇 시간씩 헤매고 다녔어요.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집안에 노란색 나비가 날아들었고, 어렵사리 잠이 들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만 꾸었어요." 아들은 가끔 옷장 속에서 잠든 엄마를 찾아냈다. 남편이 뒤늦게 "사건"을 알고 "힘들었지"라며 위로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강씨의 기행(奇行)은 이어졌고, 남편도 지쳐갔다. 결국 강씨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입 안에 수면제를 털어넣었다.

◆3개월 내 재시도 가능성 높아
학원에서 돌아온 딸이 쓰러져 있는 강씨를 발견했다.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 남편이 "괜찮아?"라고 물었다. 강씨는 "그때는 살아남아 기쁘다는 생각 대신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강씨를 바꿔놓은 것은 가족들의 지극한 사랑이었다. 과묵하던 남편은 아내의 정신과 치료에도 자주 동행했고, 아내의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참견을 하는 수다쟁이가 됐다. 아이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어른이고 엄마가 아이인 것처럼 군다.

강씨는 "장 보러 혼자 나가기만 해도 아이들이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운다"며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너무너무 죄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가족들이 다시 강씨를 세우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어느덧 눈물 얼룩으로 강씨의 눈화장이 번져 있었다.

원주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자살 시도자 사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장윤하 정신보건 간호사는 "자살 시도 직후 3개월이 재시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장 간호사는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자살 시도자들에게 우울증 치료나 가족상담 등을 연결해 주고, 주기적으로 전화 연락이나 가정방문을 통해 자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장 간호사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누군가 정서적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안을 받는다"며 "자꾸 숨으려고만 하는 이들을 사회가 끌어내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자 혹은 자살 시도자의 가족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갖기 때문에 가족상담도 꼭 필요한 치료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살이 사망원인 4위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지구상의 가장 큰 인명 손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매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정했다. 국내에서도 자살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1년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배우 최진실, 안재환 등 여러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자살여행을 떠나는 집단자살도 큰 이슈로 등장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은 10만명당 26명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순위에서 암·뇌혈관 질환·심장 질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10년 전(1998년)에는 7위였다. 2000년에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6444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2858명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계에서는 실제 "자살 시도자"의 수는 자살에 성공해 사망에 이른 "자살자"의 8~10배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 시도자가 최대 12만명 정도라는 추산이 가능한 것이다.

민성호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27.5%가 다시 자살을 시도해 사망한다"며 "이들만 잘 관리해도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받으면 문제 해결 가능
민성호 교수(원주시 정신보건센터장)는 "우리 사회는 자살을 지나치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살에는 ▲높은 노인 자살률 ▲자살사이트의 유행 ▲경기 불황 ▲과도한 진학 경쟁 등 사회 경제적인 요인도 크다"며 "사회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미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강씨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심리 문제를 의료진과 가족에게 공론화시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김희주 사무국장은 "외국의 자살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말하거나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불안해하고 잠을 못 잘 때 등을 자살 징후로 본다"고 말했다. 자살에 사용할 도구나 장소를 찾거나, 생각 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위험한 활동에 탐닉할 때도 즉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거나 자살예방기관에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심리 부검"이란 정신과 의사 등이 자살자의 가족과 친지 등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말한다. 김 국장은 "자살 고위험군은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 자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상대방의 아픔이나 고민에 공감하고,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자유스럽고 공개적으로 물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형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살 심리부검과 자살 시도자 사례관리를 통해 유사한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영국·호주·홍콩 등에서는 국가 검시관이 신체부검과 함께 심리부검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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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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