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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외로워 여자친구 사귀었지만 우향만 못해

누런 갱지에 써내려간 운보의 사부곡(思婦曲)

 
“불행해질수록 더욱 분발하는 의지가 생겨주어요. 그래서 우향(아내 박래현)이 간 지 3개월 만에 바보산수가 폭포같이 솟다저(쏟아져) 나와서 개인전 가졌지요.”

“나이가 먹을수록 의욕은 왕성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어요. 대작은 힘겨워요.”

말을 못했던 화가 운보 김기창(1913~2001)은 다른 사람과 글로 대화를 나눴다. 미술평론가 이구열·이규일씨, 운보의 제자인 화가 이환영·이영복·최재종씨 등 운보와 가까웠던 사람들의 모임인 ‘운사회’ 회원들은 그와 나눈 필담을 소중히 간직해 왔다. 이들이 올해 운보 5주기를 맞아 필담 15점을 전시회(22일까지 갤러리 상·(02)730-0030)에 내놓았다.

누런 갱지에 굵은 사인펜으로 쓱쓱 써 내려간 운보의 ‘목소리’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 우향 박래현(1920~1976)에 대한 그리움이 짙다.

“옷을 아무러케나(아무렇게나) 입어도 턱 멋이 온몸에서 자르르 흐르는 우향, 생전에 좀더 다정하게 못해준 것이 한이지만.”

“우향을 잊어보려고 연애 아닌 연애를 위해 상대자를 찾어(찾아) 허매기도(헤매기도) 했어요.”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이런 걸 어따 의지할지 몰라서 여러 명의 여자 친구와 사귀기도 했지만, 우향만한 여인을 못 맛나서(못만나서).”

운보는 어릴 때 심한 열병으로 청각을 잃어 평생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33세이던 1946년에 동경여전 유학생 출신인 우향을 만나 결혼을 한 뒤

평생 금실 좋은 부부이자 동반자가 된다. 우향은 운보에게 ‘구화(口話·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를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30년 만인 76년에 우향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

운사회 회원들은 필담에 ‘84. 2. 14 인사동 영희네 집에서 점심 먹으며’(이구열)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장소와 시간까지 꼼꼼히 적었다. 운보의 제자였던 화가 이환영씨는 “선생님은 늘 갱지와 사인펜을 들고 다니시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드로잉을 하듯 일필휘지로 써내려 가셨다. 선생을 생각하면 글씨와 그림은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운보는 광복 직후 ‘조선조형예술동맹’이라는 좌익 미술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부역자로 몰린 적이 있다. 운보는 이 때문에 아내 우향도 같이 마음 고생했다며 “우향은 참 억울한 생애였어…. 가여운 여인”이라는 글을 남겼다. 운보가 스승인 이당 김은호를 아버지처럼 섬겼던 사실도 “내가 오늘날 이만큼 된 것도 부모님 다음으로 이당 선생님의 큰 은혜 덕이오. 평생 잊을 수 없는 분”이라는 필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에는 ‘태양을 먹은 새’ 등 운보의 작품 20여점, 운보와 우향의 옛날 사진, 운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즉석에서 그렸던 초상화 등도 함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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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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