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안개가 자욱하다. 갑자기 새빨간 치마저고리에 새하얀 각시탈을 쓴 한 여인이 미끄러지듯 걸음을 내딛으며 서서히 다가온다. 무심코 뒤를 돌아 본 아이가 귀신도, 사람도 아닌 것 같은 이 여인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짧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여인이 서 있는 곳을 향했다.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에 맞춘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몸놀림, 그리고 여인이 쓰고 있는 각시탈의 음울한 표정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임산부나 노약자라면, 혹은 심장이 약하다면 이 기간 동안 대구스타디움을 찾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언제 어느 때 피 묻은 소복 차림의 처녀귀신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드라큘라가 뒤에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열흘 간 대구의 무더위를 얼려버릴 ‘제6회 대구호러공연예술제’ 가 24일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 같은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 외에도 도깨비 난타, 호러고딕밸리댄스, 호러뮤지컬갈라쇼 등의 공연이 선보였다. |
호러공연예술제의 주요 행사는 공포연극이다. 올해 축제에는 총 30여개 단체에서 500여명이 참여해 10개 작품을 선보이는 등 예년에 비해 공식 참가작의 숫자가 늘어났다. 극단 한울림의 ‘죽었다, 그녀가’ 를 비롯해 극단 처용의 ‘날 잊지마’ , 극단 온누리의 ‘전설의 고향3탄’ , 서울 극단 이합집산의 ‘비상구’ 등의 작품이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과 특설천막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포연극 관람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현장에서 생생한 공포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매일 대구스타디움 주변 야산에서는 ‘심야호러트레킹’ 이 열린다. 20~30분 간 한밤중 공동묘지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연못을 지나다보면 귀신 분장을 한 사람들이 튀어나온다. 조명과 효과음악 등 인위적 장치가 필요 없는 실제 공간 속에서 마치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축제기간 내내 유령의 집, 호러페이스페인팅, 공포·추리소설을 볼 수 있는 호러도서 전시 등 간담을 서늘하게 할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김태석 대구호러공연예술제 조직위원장은 “공포마니아들 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어릴 적 할머니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정겨운 추억을 되살리는 축제다” 면서 “ 대구의 ‘폭염’ 을 문화콘텐츠로 개발한 독특한 축제에서 온가족이 함께 공포를 체험하며 여름밤의 열대야를 잊길 바란다” 고 말했다. 출처 [데일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