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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품에 안은 자연과의 만남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장묘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당연한 이치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고층 빌딩, 인위적으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멋을 잃은 공원. 어디에도 여유롭게 발붙일 곳 없는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면 잠시 뒤를 돌아보라. 자연으로 되돌아간 사람들의 평온함이 깃든 이곳에서 자연의 향수가 몸에 스며든다.

햇살이 따갑게 등살을 떠미는 한낮, 자갈이 깔린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사락사락 자갈이 서로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경쾌하다. 광화문에서 시내버스로 겨우 40분 정도 떨어진 지역, 농촌의 한가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있다. 이방인의 낯설음에 짖어대는 개들과 초원 가운데에 자리 잡은 오두막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소들의 게으른 울음소리, 저수지에 도도히 서 있는 한 마리의 흰 왜가리. 시선을 사로잡는 모든 것들은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단지, 건너편 잘 닦아놓은 아스팔트길만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길을 이끌듯 다가가면 멀어지는 왜가리와 서로 실랑이하다 보니 어느새 묘지공원 입구가 보인다. 왜가리가 저 멀리 자취를 감춘다. 고궁의 미로처럼 나있는 고불고불한 돌담길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봉긋 솟은 묘지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한적한 시골에 덩그러니 놓인 무덤과는 사뭇 다르다. 전혀 무섭거나 을씨년스럽지 않다. 고즈넉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는 그야말로 명당(明堂)이다.

일렬로 정렬되어 깨끗하고 단정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묘지 맞은편에는 실외 납골당이 ‘ㄷ’자 형태로 놓여있다. 납골당마다 걸려있는 색색의 꽃장식들이 차가운 대리석을 화려하게 감싼다. 자칫 홀로 남겨져 외로워 보이는 고인들의 넋이 꽃 한 다발에 위안받을 수 있다면…. 가지고온 국화 한 다발을 정성스레 헌화한다. 순백색 꽃잎이 가슴 깊이 물드는 듯 상념이 깨끗이 사라진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실외 납골당에서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한다. 묘지 곳곳에서 고인들을 찾은 후손들이 주변을 정리한다. 손수 잡초를 뽑고 무덤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정겹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며 잊지 않고 묘지를 찾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일말의 쓸쓸함을 엿본다.

언덕의 중턱, 잇따른 오르막에 등에서 땀이 배어나고 숨이 가쁘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발 아래로 탁 트인 정경 너머로 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호젓하다. 살랑이는 바람에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린다. 잔디에 누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에 몸을 추스른다. 편안하다.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빛이 어룽어룽 퍼져가는 재미를 만끽하다 곧 엄마 품 같이 포근한 따스함에 졸음이 쏟아진다.

선잠에서 깨어 추모의 집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10분 남짓 오르자 왕릉의 모양을 본뜬 추모의 집이 나타난다. 추모의 집은 실내 납골당으로 입구부터 크고 웅장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깨끗하고 단정한 구조와 화강석에서 뿜어지는 냉기가 어우러져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 들른 사람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때로는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흐느끼며 우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1층은 붉은 벽타일로 가려진 납골당이 사각모양으로 도서관처럼 나열되어 있어 장엄하면서도 음산한 느낌을 준다. 2층은 유리벽으로 만든 투명납골당으로 고운 빛깔의 납골함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준비한 꽃다발 또는 화환은 입구 정면 한가운데 있는 영전에 헌화할 수 있다.

여로의 마지막 코스는 추모의 숲이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이곳은 천지가 수풀이 우거진 작은 공원이다. 예식이 끝난 사람들은 추모의 숲에서 가족, 친지와 함께 모여 지난날의 회포를 나눈다. 고인의 생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재의 삶에 대해 넋두리하고 있노라면 어느덧 옛 풋풋한 시절로 돌아가듯 훈훈함에 잠기곤 한다. 그러나 지금, 홀로 추모의 숲을 둘러보며 오솔길을 따라 부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해넘이가 시작되고 날이 어스름에 차오른다. 잠시 지나간 여우비에 젖은 산등성이에서 아지랑이가 어렴풋이 피어오른다. 묘지를 뒤로 한 채 언덕을 내려간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으로 삶에 찌든 마음을 달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 서울의 공기가 문득 더럽게 느껴지고 숨통을 조인다면 주저말고 길을 나서라. 반나절 동안 무의미하게 지나친 삶에 대한 회한과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한 확신을 모두 꿈꾸게 해줄 안식처가 기다리고 있다.

글_김인학 대학생기자(kih19830@naver.com) 사진_백경호(가톨릭대 영문과)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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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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