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후 취하는 자세에 따라 체내에 흡수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달라진다고 한다.
약물이 가장 빨리 흡수된 것은 오른쪽으로 누운 자세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위에서 창자에 이르는 소화기관을 본뜬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알약의 용해 속도를 실험한 결과, 약물 복용 후 취하는 자세에 따라 약물이 흡수되는 속도가 최대 1시간 차이가 났다고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발표했다.
약물이 가장 빨리 흡수된 것은 오른쪽으로 누운 자세였다.
약물은 위에서 유문을 거쳐 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된다. 유문이란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 있는 좁은 고리 모양의 근육조직이다.
연구진은 34살 남성의 몸을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위에서 소장에 이르는 소화기관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이어 오른쪽으로 누웠을 때, 왼쪽으로 누웠을 때, 상체를 똑바로 세웠을 때, 똑바로 누웠을 때 이렇게 4가지 자세의 경우에 약물이 어떻게 용해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오른쪽으로 누웠을 때의 약물 흡수 속도가 똑바로 눕거나 상체를 똑바로 세웠을 때보다 2.3배 빨랐다.
왼쪽으로 누웠을 때보다는 무려 10배가 빨랐다. 예컨대 약이 흡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른쪽으로 누웠을 때는 10분, 똑바로 눕거나 상체를 세웠을 때는 23분, 왼쪽으로 누웠을 때는 100분이 걸렸다.
진통제 복용 땐 30분간 오른쪽으로 누워야
연구진은 오른쪽으로 누워서 삼킨 알약은 소장과 가장 가까운 쪽으로 직행했다고 밝혔다.
상체를 똑바로 세우거나 똑바로 누워서 삼킨 알약은 위의 바닥 부분으로 떨어졌다. 왼쪽으로 누운 상태에서 복용한 알약은 위 상부에 떨어졌다. 따라서 소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연구진은 자세에 따라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달라진 것이 약물의 십이지장 도달 속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오른쪽으로 누웠을 때 중력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십이지장 입구가 위의 오른쪽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적용할 경우 진통제 같은 속효성 약물을 복용한 뒤에는 약 30분 동안 오른쪽으로 누워 있을 것을 권했다.
특히 어쩔 수 없이 누은 상태에서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라면 어떤 쪽으로 눕느냐가 약물 흡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약물의 용해 속도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엔 약을 복용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부턴 약을 복용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할지 생각해 두어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