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아 아들을 살린 40대 여성이 1년 만에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세상을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대전 동구에 살던 김춘희 씨는 지난 27일 대전성모병원에서 간장과 좌우 신장을 다른 환자에게 떼어주고 유명을 달리했다.
김씨는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장기기증의 기적을 이미 경험했던 '수혜자 가족'이었다. 희귀 심장병 판정을 받아 투병하던 고등학생 아들이 지난해 3월 심장이식을 받아 큰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김 씨 가족은 고통 속에서 누군가의 기증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을 이젠 반대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갈림길 앞에서 가족들은 '나도 기회가 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던 김 씨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기증이라는 게 소중하고 대단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이들은 전했다. 남편 노승규 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제게 이제 남은 건 자식뿐인데, 특히 딸이 엄마의 뜻을 잘 따르자고 해 저도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장관 명의로 화환을 보내 명복을 빌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측은 사회복지사 가족관리 서비스를 비롯한 예우를 할 예정이다. 어머니의 숭고한 생명 나눔 앞에서 김씨 딸은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춘희 씨는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에게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슬하에 1녀 1남을 뒀다. 향년 42세다.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