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가 닥치면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걱정이다. 혼자 지내다 큰일이라도 나면 고독사로 이어지기 쉽다. 정부가 사회복지사 같은 현장 인력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홀몸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돕는 색다른 방식이 있어 눈길이 갔다. 바로 사물인터넷(IoT)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마침 필자가 거주하는 성동구에서 홀몸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대비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서비스를 진행 중이기에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갔다. 담당자 박소정 사회복지사의 책상 뒤에 현황판이 설치돼 있었다. ‘전체’, ‘정상’, ‘주의’, ‘경보’, ‘위험’, ‘점검’ 총 6개의 칸에 각각 숫자가 표시돼 있다. 어떻게 스마트 돌봄서비스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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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어르신 가정에 움직임, 실내 온도, 조도(빛의 밝기), 습도 4가지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IoT 기기를 설치한다. IoT 기기로 실시간 상태를 감지하면 생활관리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들어가서 데이터를 조회한다. 사회복지사가 현황판으로 종합적인 결과를 확인한다. 이때 전체와 정상의 숫자가 일치하면 안심이다. 현황판의 ‘주의’, ‘경보’, ‘위험’ 상태는 어르신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나타난다. 8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다면 ‘주의’, 12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다면 ‘경보’, 24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다면 ‘위험’에 숫자가 표시된다, 사회복지사가 ‘주의’에 숫자가 표시되는 것을 보고 생활관리사에게 연락한다. 생활관리사는 담당하는 어르신에게 연락을 취해 안부를 확인한다. 지금까지 정상이 아닌 경우는 주로 어르신이 경로당이나 자녀를 만나러 외출해서 장시간 부재중이었을 때였다. 딱 한 번 ‘위험’이 표시돼 비상연락망으로 어르신께 연락드리니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점검’은 IoT 기기가 고장났을 경우다.
고독사 예방과 안전 확인을 위해 2017년 11월 이전에는 성동노인종합복지관에서 홀몸 어르신들께 안심폰을 지급했다. 안심폰에는 119 호출, 생활관리사, 음악재생 3개의 버튼만 있다. 생활관리사가 통화를 시도하다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영상통화로 전환된다. 사생활 노출의 문제가 제기됐고, 안심폰을 휴대하다보니 분실도 많았다. 2017년 12월부터 성동구는 서울시 시범구로 선정돼 홀몸 어르신 84명 가정에 IoT 기기를 설치했다. IoT 기기는 어르신 가정에 설치해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 단, 어르신이 동의를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건강이 염려되는 어르신을 우선으로 84분을 선정해 설치했다. IoT 서비스는 주말에도 점검할 수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효과적이다. IoT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해서 생활관리사의 기존 업무를 대신하는 건 아니다. 생활관리사는 주 1회 방문, 주 2회 전화를 드려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한다. 거기에 IoT 서비스가 추가돼 방문이나 전화 이외의 나머지 4일간 어르신의 안부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독거 어르신을 더욱 촘촘히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관내 어르신들도 예전의 안심폰처럼 휴대하지 않아도 돼 훨씬 편리해졌다는 반응이다. 올 여름 무더위에 IoT 서비스가 톡톡히 효과를 봤다. 홀몸 어르신 가정의 온도가 38도 이상 올라갈 때 스마트폰 데이터의 실내 온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어르신께 무더위 쉼터로 안내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거꾸로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가끔 우리 주위에 고독사로 인한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해 하곤 했는데, 이런 IoT 서비스가 있으니 한겨울 한파에 고독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