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는 은퇴 후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은퇴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라면 퇴직 후 바로 실천하라고 주문한다. ‘좀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있다 보면 3, 4개월이 훌쩍 지나가게 마련. 그러나 이 기간이 취업 상담이나 면접 과정에선 빈칸으로 남아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나이 든 사람의 6개월은 젊은 사람의 3년과 맞먹는다고 말한다. 고씨의 노후 대비 방법에는 돈 이야기가 있다. 젊을 때부터 연금을 붓는 등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 그보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서민들이 풍족한 노후를 보낼 만큼 자금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다면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스포츠센터 대신 동네 공원에 나가 운동하고, 분위기 있는 찻집 대신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약속장소를 바꾸고, 자식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도 버리라는 것. 또한 고씨는 경조사비와의 결별도 권한다. “노인이 경조사비 안 낸다고 누가 뭐라 안 합니다. 자식 다 키워놓았으니 피치 못할 큰돈이 나갈 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이 밖에 외로움을 달래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과 노년의 성과 사랑, 건강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했다. 특히 건강에 관한 글에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몸매와 얼굴은 피하라는 내용이 압권이다. 고씨는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를 예로 들었다. 그녀는 몸매관리를 철저히 한 덕에 체격은 20대 그대로인데 얼굴은 70대이니 보기 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늙어 보여도 문제지만 너무 젊어 보여도 꼴불견이라는 이야기다. 유씨는 죽음교육 강사답게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중에서 ‘유언장 쓰기’가 눈에 띈다. 6주 동안 진행하는 ‘어르신 죽음준비학교’의 맨 마지막 과정으로 유언장 쓰기 순서를 마련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유언을 남겼다는 것. ‘조의금을 받지 마라’ ‘혼수상태가 오면 산소호흡기로 연명시키지 마라’ ‘기일은 3남매 가족이 모여 우의를 다지는 날로 삼아라’ ‘임종 후엔 화장(火葬)을 해다오’ 등 요구사항과 가족에 대한 사랑, 미안함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고 한다. 유씨도 자신의 유언장을 책에 공개한다. 물론 독자들이 유언장을 작성해볼 수 있게 유언장 서식도 소개했다. 우리 사회는 갑작스런 초고령화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년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중년은 노년 걱정, 노년은 죽을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두 저자의 가르침(?)대로 준비해나간다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닌 듯싶다. 노년도 준비된 자에게는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일 테니까. 고광애·유경 지음/ 서해문집 펴냄/ 304쪽/ 9500원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