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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사랑하는 나의 조카 범서에게.○ 장영희교수○

꽃샘추위라지만 그래도 봄은 봄인가 보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실리는 향기가 싱그럽고 캠퍼스의 젊은이들 얼굴마다 환한 미소가 눈부시다.

모든 것이 생동하는 이 아름다운 계절 속에 한껏 웅크리는 젊음, 네가 있구나.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고 또다시 방황과 불확신의 1년을 시작하는 네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법도 한데, 삶의 연륜이라는 게 허무하기 짝이 없어서 네 힘든 여정을 안내할 지도를 만들어 줄 수가 없단다. 그래서 범서야, 오늘 난 네게 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애플 컴퓨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2년 전 스탠퍼드대에서 졸업생들에게 한 연설문이란다.

“저는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혼모인 제 생모는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제 양부모가 절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입양을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7년 후에 전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 자퇴했습니다.

제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대학 교육이 제게 어떤 도움이 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두려웠지만, 돌아보면 제가 인생에서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습니다. 기숙사에서 지낼 수 없었기 때문에 친구 집 거실에서 잠을 잤고, 빈 콜라병을 모아 병당 5센트를 받고 넘겨 먹을 것을 샀고, 한 끼 식사를 위해 10km를 걸어서 힌두교 예배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보낸 메시지

자퇴를 하고 나니, 재미없는 필수과목 대신 듣고 싶었던 강의를 청강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청강했던 서체 과목은 저를 매료했지만, 이것이 제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매킨토시 컴퓨터는 미려한 서체를 가진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았습니다. 나이 스무 살에 부모님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시작했습니다. 10년 만에 애플은 400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20억 달러짜리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서른 살 때 저는 해고를 당했죠. 스스로 창업한 회사에서 어떻게 해고를 당하느냐고요? 애플의 규모가 점점 커 감에 따라 동업자를 영입했는데, 견해가 엇갈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불화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이사진은 그쪽 편을 들었지요. 몇 달 동안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러나 전 여전히 제가 하던 일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당한 사건은 돌아보면 제 인생 최고의 사건이었습니다. 성공이라는 부담을 벗고 홀가분하게 초보자로 다시 돌아가 제 인생의 가장 창의적인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간, 넥스트와 픽사를 창업했고, 픽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그 경험은 지독하게 입에 쓴 약이었지만, 필요한 약이었습니다. 때로 삶은 벽돌로 당신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하지만 결코 신념을 버리지 마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지구백과’라는 책이 있었는데 우리 세대의 바이블이었지요. 책으로 된 구글 같다고 할까요. 그 책의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의 시골길 사진 아래에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기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늘 어리석은 채로. 저는 제 자신이 그러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으십시오….”

○“시련이 인생을 살찌웁니다”

범서야, 삶은 마치 조각 퍼즐 같아. 지금 네가 들고 있는 실망과 슬픔의 조각이 네 삶의 그림 어디에 속하는지는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단다. 지금은 조금 아파도, 남보다 조금 뒤떨어지는 것 같아도, 지금 네가 느끼는 배고픔, 어리석음이야말로 결국 네 삶을 더욱 풍부하게, 더욱 의미 있게 만들 힘이 된다는 것, 네게 꼭 말해 주고 싶단다. 젊은 너는 네 삶의 배부름을 위하여, 해박함을 위하여 행군할 수 있는 시간과 아름다운 용기가 있기에.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과][동아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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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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