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가 빠를수록 멀리봐야 하는데 우리는 1960~70년대에 산아제한 등 인구증가를 막는 단기적인 정책은 탁월하게 성공했으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는 큰 오류를 범했다. 지난 10년 출산장려정책에 151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생아는 42만 명으로 인구통계조사 시작된 1925년 이래 최저가 될 것으로 보고 됐다. 이대로 가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위원회를 강화해 향후 5년간 198조원 (저출산 대책에 109조원, 고령화 문제에 8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대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육아를 쉽게 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들이며 고령화 대책은 연금, 사회참여 확대, 그리고 주거대책 등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인데 현재는 복지차원의 관점에서 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낮은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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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경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일자리의 문제가 최우선이다. 즉 청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층은 교육과소비,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원하는 직업과의 부적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오랜 학업기간과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쉽게 결혼하려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려면 30대 후반이 훌쩍 넘게 된다. 결혼연령이 자꾸 늦어져서 물리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지고 있으며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이를 제동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급속히 늘어나는 수명 때문에 의료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년기에 파산을 맞게 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즉 일과 학습이 평생 이루어지는 교육체제로 하루 속히 전환해야 한다. 전체 교육의 70%는 직업역량을 평생 유지 발전시키고 30%는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거꾸로 돼왔으며 심지어 스펙을 쌓거나 입사시험을 대비하는 과외공부까지 생겨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결혼적령기를 모두 놓치고 있다. 유연한 취업과 일-학습 병행이야말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 개념을 주택에 도입해 저렴한 임대 주택을 대폭 늘려야하며 여기에는 폐교되는 학교들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적은 연금만 가지고는 노후대책이 될 수 없으며 리버스모기지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국가 전체적인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활동할 수 있는 동안은 일을 하도록 끊임없이 직업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하는 것이 훨씬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커뮤니티칼리지를 중심으로 4천여개의 직업훈련 기관이 있는데 인구비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에도 최소 600여개의 기관이 필요하나 현재는 130여개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도 구조조정에 의해 90여개 정도로 줄어들 판이다. 그간의 평생교육은 교양과 취미 위주였으나 앞으로는 은퇴 후의 모든 국민들이 평생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바뀌어 모든 국민이 일하거나 다음 직업에 대한 직업교육을 받거나 둘 중의 하나인 상태가 돼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완전히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야말로 국가의 100% 복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전국민의 직업능력체계를 갖추는 생산적 복지야말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를 돌파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돼야하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가장 적은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가성비가 높은 대책이 될 것이다. (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출처 :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