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서 인구절벽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1.3명 미만인 ‘초저출산’을 경험한 나라는 11개국인데 한국만 15년째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주요 동력 중 하나인 ‘인적자원’마저 순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은 물론 소비·투자 감소, 사회보험 재정 고갈, 국가부채 증가 등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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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통계청의 ‘4월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출생아 수는 43만명을 지키기도 어렵게 됐다. 2000년 63만명이 넘었던 출생아 수는 2002년 처음으로 4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꾸준히 줄었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3만명을 유지해 왔다. 올해 만 44세인 1972년 당시 출생아 수 102만명과 비교해 보면 60만명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1960년 6.0명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까지 추락했다가 2014년(1.21명)까지 1.3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구조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우선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가 14세 이하 어린이와 유아보다 28만명 많아진다. 1960년에는 14세 이하 유소년이 65세 이상 고령자보다 1000만명가량 많았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가 시작된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지난 60년간 누려온 ‘인구보너스(인구 증가로 인해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인구오너스(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이 위축)’ 시대로 본격 전환하게 된다. 앞으로 15년 뒤인 2031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6~2010년 4.0%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6~2030년 1.8%까지 감소한다. 경제가 성숙되면서 생산성은 제자리를 맴도는 반면 양질의 노동공급은 줄어들어 생산총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소비증가율은 2001~2010년 3.8%에서 2031~2060년 1.4%로, 투자증가율도 같은 기간 3.1%에서 1.1%로 줄어들게 된다. 사회보험·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인구는 감소하고, 수혜 인구는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60년에는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은 9년 뒤인 2025년 고갈될 예정이다. 정부지출 증가로 재정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돼 일본처럼 부채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2020년대 초반부터는 병역자원도 부족해 2030년 초반까지 연평균 2만3000명의 사병이 부족하게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적어도 출생아 수 40만명대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변혁되지 않으면 한국의 인구문제는 ‘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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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란 ?
‘인구절벽’이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The Demographic Cliff'(2014)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협의로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대대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주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돼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에 생산가능인구가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속히 감소할 예정이다. 해리 덴트는 2015년 10월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경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절벽의 해결 방안으로 이민 촉진과 출산․육아 장려책을 제시한 바 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환경과 주거, 취업난 등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장수 사회에 적절히 대처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만, 대비가 철저하지 못할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