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농업 역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술과 자본의 집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토마토 산업도 그러하다. 몇 해 전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에서 경기도 화옹 간척지에 네덜란드식 농법을 도입하여 초대형 유리온실을 짓고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하려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일어났다. 농민단체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대기업이 농민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려 한다’는 이유로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동부팜한농에서는 일반 농가의 주력 상품이 아닌 ‘유럽계 붉은 토마토만 생산하고 전량을 수출하여 농민들의 피해가 없게 하겠다. 농민단체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하여도 좋고 지분을 참여하여도 좋다’고 까지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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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수긍하지 않았다. 결국은 400억 가까이 투자하였던 한농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시장 진출에의 길이 밝지 않게 된다. 토마토의 품종을 개량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수출 길을 넓혀 나가려면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좁은 국내시장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끼리 밥그릇 싸움만 일어나게 된다. 작은 파이를 갈라 먹어보았자 판은 커지지 않는다. 네덜란드처럼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농민과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창조경제, 창조농업의 발판을 닦아 나가려면 토마토 산업에도 기술과 자본과 인재의 집중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세계시장이라는 큰 파이에서 우리의 몫을 키워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파이를 키워 나가려면 대기업의 참여를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여야 한다. 농민과 정부와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연대하여야 한다. 토마토 시장에서도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대기업의 진출을 막으려 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하여 파트너로 삼아 종자 개량, 해외시장 개척, 첨단영농기술 개발 농업장비 개발 등에서 대기업이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1990년대에 한국 토마토의 대일본 수출이 일본시장의 80%를 차지하였었는데 지금은 30%대 이하로 떨어졌다. 앞으로 FTA 체제가 자리잡혀가게 되면 토마토의 국내시장까지 잠식당하게 될 우려가 있다. 농민과 정부는 이런 판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우리끼리 자리다툼하여서는 함께 몰락한다. 농민, 대기업, 정부, 학계 모두가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며 세계시장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어찌 토마토 시장만이겠는가? 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토마토 시장 하나를 통하여 세계경제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창조경제의 기본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김진홍 칼럼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