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가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성장률의하락요인인 ‘기대수명(출생자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생존 연수) 증가’가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2000년 이후 매년 0.5세 내외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저축률·경제성장률이 각각 3.5%포인트, 0.4%포인트 가량 올랐다. 즉, 고령화가 장기적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동시에 근로의욕을 부추기는 등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대수명 증가는 노후대비를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감소로 이어져 잠재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봐왔다. 최근 가계동향 조사를 보더라도 평균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은 2003년 77.9%에서 2015년 71.9%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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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DI 측은 장기적으로 볼 때 다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퇴 이전 연령대가 일을 더 많이 하는 등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 저축률도 높아지고 자본 축적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풍부해진 자본은 기업으로서 더 좋은 기계와 기구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노동자 1인당 생산성도 증가하는 등 경제성장률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권규호 KDI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다만 은퇴 이전 경제주체들의 노동 공급 유연성을 전재로 뒀다. 아울러 자본 축적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는 등 국내투자의 연결성을 조건으로 꼽았다. 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저축률의 상승은 단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자본축적 및 노동공급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킨다.”며 “저축 증가가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선진화를 비롯한 과감한 규제합리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14년 82.4세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