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는 잘 했다는디,
할 줄 아는 것이 암껏도 없시야.
마늘, 양파 밭에 농약을 치면서
아버지가 줄도 제대로 못 잡는다고
너무 화가 난 우리 엄마.
딸딸거리는 경운기 몰고 가면서
경운기의 시동도 못 거는 양반이라고
자꾸만 아버지의 흉본다.
마늘 뽑다가도 '동물의 왕국' 본다며
찔례꽃 한 아름 꺾어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두고
엄마는 원수, 사자, 속창시 없는 인간이라고
오후의 햇살 아래 험담을 널어 놓는다.
한 동안 찔레꽃 향기로
가득해지는 우리 집 방안
무담시 순해지는 엄마, 성명자 씨.

덧난 울음 끌고 들어선 동백숲.
비틀거리는 마음은
오랫동안 겨울이다.
침묵의 말들이 부풀어 허공을 떠돈다.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내 마음을 짓누르는데
육신이 너덜거리는 종잇장 같다.
동백나무가 땅바닥에 힘줄 세우고 있다.
뒤틀린 몸뚱이로
살아가는 법을 말해주고 있다.
몸을 던지며 아우성을 치며
통째로 땅 위에 떨어져
다시 피어오르는 동백꽃.
붉은 심장을 가진 뜨거운 목숨꽃.
종아리 걷어붙인 채 붉은 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