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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골드러시(Genetic Gold Rush)"시대 도래

생명윤리 논란, 사회적 합의 과정 필요


생명윤리 논란, 사회적 합의 과정 필요


전 세계 제약사 및 바이오 업계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유전자(DNA)를 정교하게 떼어내거나 붙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1세대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이미 1980년대 개발됐지만 2013년 '크리스퍼'로 불리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혁명적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생명공학 지식이 있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간편하게 DNA를 떼거나 붙일 수 있는 만큼 활용도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그동안 불가능했던 정교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졌다. 올해 초 발행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유전자 가위 기술이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정확도와 안전성 면에서 성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DNA를 편집해 농작물 생산량 증대, 질병 치료 등에 활용하겠다는 인간의 원대한 꿈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편집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선천성 장애나 유전에 의한 질병은 100% 예방이 가능하다. 기형이나 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미리 잘라내면 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완성 단계에 와 있으며 동물실험을 통해서 입증됐다. 문제는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이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 실험을 허가한 것이 유전자 골드러시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거대 글로벌 제약사와 외국 유명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와 특허 전쟁이 동시에 격해지고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이 '유전자 골드러시'에 몰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규제에 막혀 실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스위스 거대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인 인텔리아세라퓨틱스,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투입자금은 약 170억원. 노바티스는 면역세포와 혈액줄기세포에 대한 유전자 가위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바티스의 발표 일주일 뒤 또 다른 거대 제약사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 이노베이티브게노믹이니셔티브, 브로드앤드화이트헤드연구소,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등 영국, 미국의 연구소 4곳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면역치료 바이오벤처 주노테라퓨틱스는 유전자 편집 스타트업인 에디타스와 함께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미국 제약사인 리제네론도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ERG게노믹스와 특허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화학회사 미국 듀폰은 식물 육종과 농업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기 위해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갖고 있는 스위스의 바이오벤처 크리스퍼세라퓨틱스와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38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유전자를 변화시켜 동식물을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1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물을 접합시키는 '육종'이 대표적이다. 1953년 DNA 구조가 밝혀지고 난 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재조합시킨 GM 작물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종을 결합시킨 작물이 생태계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김상규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DNA에 변화를 일으키는 기초적인 기술은 방사선을 쪼이거나 화학약품을 처리하는 수준"이라며 "다만 이런 육종 변화는 DNA 변화를 정교하게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간편하게 유전자를 자르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전자 편집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혈우병, 겸상적혈구증 등 유전질환은 1만개가 넘는다. 대부분 완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를 이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과학자들은 유전질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전자 가위에서 찾고 있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혈우병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도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특허 전쟁 시작

유전자 편집 시장의 잠재적 가치 때문에 기술 소유권을 둘러싼 특허전쟁도 시작됐다. 지난해 4월 UC버클리 연구진은 미국 특허청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UC버클리는 이미 2013년 3월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다. 여기에 김진수 단장이 공동 창업한 바이오벤처 툴젠도 특허를 출원하면서 소송전에 가세했다. 국내의 유전자 가위 기술도 국제소송전에 참여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 툴젠은 국내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중국 옌볜과학기술대와 제휴를 맺고 근육량을 20% 늘린 '근육강화돼지'를 개발했고 이탈리아 연구기관과 제휴해 곰팡이균에 견딜 수 있는 포도 종자를 연구개발 중이다. 혈우병 치료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상추, 브로콜리 등 종자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다. 향후 소두증 등 증상을 동반하는 스미스-렘리-오피츠 증후군(SLOS)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질병이나 스트레스에 강한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도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한 상추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단장은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자 치료, 곡물, 가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기술 선점을 위해 전 세계가 앞 다퉈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 기술에 대한 특단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형이냐 유전자 편집이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동물이나 식물 등 유전자 배열을 바꾸는 행위에 대해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는 유전자 조작(gene manipulation)이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식품' 등 '조작'이라는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유전자 변형(genetic modification)이 가장 가치중립적인 용어지만 너무 중립적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쪽에서도 반대하는 쪽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최근에 와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말은 유전자 편집(gene editing)이다.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가 나온 뒤부터는 이 용어가 힘을 얻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정확성과 안전성이 높아져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전자 배열을 바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들은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를 부담스러워 한다. 대신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로 불러 주기를 바란다. '편집'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500쪽짜리 책에서 틀린 글자 몇 개 바꾸는 것을 교정이라 부르지 편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인간 염기 32억개 중 고작 몇 개를 바꾸는 것은 유전자 교정이지 유전자 편집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맞춤형 아기 첫걸음? 인간 유전자편집 승인

인간의 수정란에서 유전자 일부를 잘라내고 편집하는 실험이 영국에서 승인됐다. 유산(流産)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밝히기 위해서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은 1일(현지 시각) "영국 프랜시스크릭 연구소의 캐시 니아칸 박사 연구팀이 신청한 인간 유전자 편집 실험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 연구진이 버려진 인간 수정란으로 유전자 편집 실험을 진행한 바 있지만, 국가기관의 승인을 받아 공식으로 실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 유전자를 편집한 인간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면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치열한 윤리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 실험용 수정란은 기증을 받아 조달할 계획이다. 니아칸 박사는 "수정 뒤 7일 정도 분열이 진행된 배아(포배·胞胚) 256개에서 일부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잘라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유전자 가위는 잘라내고 싶은 특정한 유전자(DNA)에만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RNA와,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효소를 결합한 형태이다. RNA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면 어떤 유전자도 잘라낼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지는 수정란 100개 중에서 포배 단계까지 이르는 것은 50개 정도이고, 그중 25개 정도만이 자궁에 착상된다. 시험관 아기와 같은 난임 시술의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쥐와 원숭이 실험을 통해 'OCT4'라는 특정한 유전자가 수정란의 성장과 착상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니아칸 박사는 이 유전자가 사람 몸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고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HFEA는 니아칸 박사 연구팀이 실험을 최장 14일까지 진행한 뒤 배아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실험을 허용했다.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도 금지했다. 인간이 조작한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이번 실험이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시도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간 수정란을 유전자 가위로 편집하는 실험은 전 세계 생명공학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과학아카데미와 영국 왕립학회 등이 주관한 국제회의에서는 "유전자를 편집한 수정란을 임신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치명적 유전병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험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한국에서는 인간 수정란을 편집하는 실험이 생명윤리법으로 전면 금지돼 있다.


게놈편집 신기술 개발, 신약 연구 개가


기존 유전자조작기술보다 유전자를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신기술인 '게놈편집'의 효율을 5배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개발됐다. 일본 오사카대와 국립유전학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은 2~3년 후 쥐 등의 유전자 일부를 바꿔 질환을 재현하고 신약연구 목적으로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게놈편집은 유전자에서 목적한 부분을 조작하는 것으로, 새로운 성질을 지닌 동식물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가위로 비유되는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잘라 붙일 때 잘린 장소에 추가하고자 하는 유전자가 효율적으로 붙는 방법을 발견했다. 실험에서는 새로운 게놈편집기술을 활용해 피부 색이 옅은 쥐의 수정란 유전자를 조작했다. 31마리 가운데 13마리에서 피부색이 짙어지는 등 효율은 약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게놈편집기술을 사용하면 효율은 10%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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