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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 세월 1년, 우린 정말 잊지 않았는가 ?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광화문 광장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자 헌화를 하려고 모여든 추모객 500여 명이 광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손에 국화꽃 한 송이씩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엄숙하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을 닦으며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었다. 헌화 순서를 기다리던 이유정(58·여)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라 광장을 찾았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돼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자친구와 함께 헌화를 마치고 나온 이경선(23·여)씨도 "1년이란 시간이 지날 동안 유가족에게 힘이 될만한 일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오후 들어 추모객들이 밀려들어 분향소 앞에 놓인 배 모양의 투명 플라스틱 함도 추모메시지를 적은 노란 종이배로 가득 찼다. 분향소 옆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사태 진상 규명' 촉구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부스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명을 받고 있던 자원봉사자 박민혁(33)씨는 "1주기가 되니 평소보다 추모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일주일 새 대략 열 배가 넘는 사람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객 중에는 중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중앙대부속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장에 들러 세월호로 희생된 언니·오빠들을 추모했다. 학급 반장인 정재희(14·여)양은 "세월호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이라도 수습을 잘 해야 하는데 1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들 둔 단윤희(44·여)씨 역시 "어른의 말을 잘 듣고도 학생들이 희생된 것을 보고 또래 고등학생들이 어른들보다 (세월호 참사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이우고등학교 대안예술팀도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광장 한 쪽에 배 모양의 흰색 우드락을 설치하고 지나는 시민들의 새끼손가락 도장을 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행사를 준비한 김민서(18·여)양은 "'세월호로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미로 추모객들의 새끼손가락에 노란색 페인트를 묻혀 우드락에 도장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모 분위기와 달리 분향소 건너편에는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150여 명은 오후 3시쯤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열어 "유가족들은 본업으로 돌아가라"며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불법 천막을 철거하고 불법집회와 불법행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자식 잃은 슬픔은 이해하지만 더 이상 국민들에게 슬픔을 전가시키지 말라"면서 "더이상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지켜본 이창민(19)군은 "죽은 학생들이 자기 자식이나 손자일 수도 있는데 이런 행동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유가족한테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자기들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서울시내 곳곳 추모 행사 열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추모 행진과 집회 등이 이어졌다. 준비한 노란리본을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행진이 주축을 이뤘다. 15개 대학 총학생회·단과대학생회와 대학생단체들로 구성된 '세월호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4시께 경희대·이화여대·남영3로터리·마로니에공원 등에서 출발해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 중 명지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등 서울 서부권 대학생, 경찰 추산 350여명은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집결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 뒤 서소문근린공원을 거쳐 청계광장으로 향했고, 오후 6시 청계광장부터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세월호 인양 촉구를 위한 행진을 했고, 서울민권연대도 오후 4시16분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보신각·서울광장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문화행사도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16분 서울역 광장에서 50여명이 모여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전개했고,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오후 5시부터 세월호 추모 연극제가 열렸다.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외신들 한 목소리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각각 홈페이지 헤드라인 뉴스로 배치했다. BBC는 '세월호 참사 : 나라 전체가 애도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선박 인양을 약속했다'(Sewol disaster : President makes ferry pledge as South Korea mourns)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체 인양 약속을 포함해 정부의 관련 대책을 소개하고, 희생자 부모를 인터뷰하는 등 유족들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CNN도 '박 대통령 : 세월호 잔해를 인양할 것'(South Korea's Park: Sewol ferry wreck will be raised)이라는 제목의 긴급속보를 통해 박 대통령 담화 내용과 선체 인양 전망, 실종자 가족의 사연, 세월호 참사의 개요 등을 보도했다. CNN은 박 대통령의 관련 담화, 희생자 가족의 입장을 각각 별도로 다룬 관련 기사 2건을 함께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싣는 등 큰 비중을 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안산 단원고로 특파원을 파견해 '세월호 참사 1년 뒤에도 안산에서는 평화를 찾기 힘들다'(A Year After Sewol Ferry Tragedy, Peace Is Elusive for South Korean City)는 제목으로 장문의 르포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배치됐을 뿐만 아니라 16일자(현지시간) 10면에 그대로 실릴 예정이다.  마틴 팩클러 특파원은 기사에서 "안산은 '평화로운 산'이라는 뜻이지만 지금의 안산은 위안과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다. 대신 그곳의 시간은 멈춰있다"라며 희생자 부모 엄지영씨 사연을 중심으로 단원고와 도시 내 분위기를 생생히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월호 참사 1년 뒤 : 한국의 믿음 부족'(A Year After Sewol Ferry Disaster : South Korea's Trust Deficit)이라는 제목의 서울 특파원 칼럼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AP와 로이터, AFP 등 세계적인 통신사들도 이날 일제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다룬 기사를 타전했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사고 이후 한국 사회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아사히 신문은 "유족의 슬픔은 치유되지 않은 채, 진상 규명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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