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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중환자실 말기암 환자들 "자율·존엄성 상실 괴로워

●인간의 존엄성은 아예 외면당하고 오로지 돈이 되는 의료실험 대상으로 인식되는 우리 의료 현실에서 ‘마지막 순간 지키는 호스피스’란 제목으로 게제된 포천 '모현의료센터' 르포 기사를 소개한다.●


아침 햇살 스며드는 사무실에서 반백 의사와 수녀들이 그날 왕진할 환자들의 차트를 점검했다. 1시간 넘게 회의했지만, 암 수치나 항암제 이름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들은 암이 아니라, 암을 앓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령 십이지장에 생긴 암이 간으로 번진 김○○(63)씨의 차트를 보고 수녀들은 이렇게 보고했다. "지난주에 뵀을 때 물만 겨우 잡수셨어요. 다음 달 14일이 딸 결혼식이라 꼭 보고 싶어 하세요." 다음은 남편이 암을 앓는 70대 부부 차례였다. "할머니가 젊어서부터 불쌍한 사람 보면 돈 꿔주고 못 받았대요. 할아버지가 '자식들이 착하지만…. 마누라가 마음이 약해 혼자 두고 가려니 걸린다'고 하세요." 정극규(64) 모현의료센터 의료원장은 그때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10시, 서울 후암동 모현가정호스피스 아침 회의 풍경이었다.


항암제도 방사선도 듣지 않는 순간이 누군가에겐 온다.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편안히 마지막 나날을 보내도록 돕는 곳이다. 호스피스 전문의인 정 원장이 수녀들과 함께 왕진 가방 들고 암 환자 집을 가가호호 방문한다. 무료다. 정 원장은 원래 대형 병원 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20년 전 가톨릭의대 교수 자리를 버렸다. 캐나다에서 호스피스 실무를 배우고 돌아와 경기도 포천 모현의료센터에 들어갔다. 포천 센터와 후암동 사무실은 둘 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운영한다. 그는 여기서 10년간 3000명의 마지막 순간을 봤다. 그는 "고통이 없는 죽음, 떠밀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이는 죽음, 너무 끌지도 않고 너무 급하지도 않은 죽음,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맞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고 했다. 올 6월 미국 오리건주(州)에선 29세 말기 암 환자가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의사가 처방한 독극물을 마셨다. 이른바 '조력 자살'이다. 정 원장은 "왜 그런 일까지 벌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고통이 문제"라고 했다.



"일반 병원에 있다가 호스피스 병원에 막 들어온 환자들은 '너무 아파 그냥 지금 죽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증은 의료용 마약으로 대부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일반 병원 의사들에겐 암을 없애는 게 먼저고 통증 없애는 건 그다음이지만, 저희 같은 호스피스 의료진에겐 그 반대입니다. 여기선 숙달된 전문가가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 달리 처방해가며 고통을 없애줍니다. 통증이 수그러든 뒤 '아직도 당장 죽고 싶으냐'고 물으면, 환자들은 '아니요' 합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정 원장은 "많은 암 환자가 항암 치료 받으면서 '이게 사는 거냐'고 절망한다"고 했다. "의사가 수술하라면 하고, 콧줄 끼라면 끼고, 소변줄 끼라면 끼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 눈에 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병 덩어리로 보이나 보다' 하게 됩니다. 미국 조사에서도 말기 암 환자 90% 이상이 '자율성·존엄성 상실이 가장 괴롭다'고 했습니다. 그런 고통을 하나하나 가라앉히고 위로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동행하는 게 저희 소임입니다." 정 원장은 환자에게 청진기를 댈 때 "옷 좀 걷어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옷 위에 대도 다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환자에게 "돌아앉아 보라" 소리도 하지 않는다. 정 원장 본인이 환자 뒤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인구 규모라면 전국에 호스피스 병상이 2500개는 돼야 하지만, 현실은 900개도 안 된다. 정부는 2003년 "호스피스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론 11년째 보험 수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병상이 부족하니 일부 호스피스 병원은 '최장 한 달' '최장 석 달' 하는 식으로 기간 제한을 둔다. 그 바람에 앙상하게 마른 말기 암 환자가 자기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산소호흡기 꽂고 앰뷸런스에 오르는 일이 왕왕 생긴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정 원장은 "의료의 상업화가 문제"라고 했다. 한국 의료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에게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해야 돈이 된다. 그 결과 암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이 사망 직전까지 항암제를 맞는다. 일반 병원에서 볼 땐, 항암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 환자'다.그런 환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든지, 하다못해 '어느 호스피스 병원에 자리가 있다'고 안내라도 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은 둘 다 안 한다. 운 좋게 호스피스에 관심이 깊은 의사를 만나지 않는 한, 환자 스스로 정보를 찾아 전화를 돌려야 한다. 정 원장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의료 체계엔 '항암 치료 하겠느냐'고 묻는 절차만 있지 '항암 치료가 안 들을 때 어떤 대안을 택하겠느냐'고 묻는 절차는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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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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