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윤달에 결혼식을 올리면 액운이 따라 이혼 또는 심한 가정불화를 겪고, 출산을 하면 아기가 나쁜 운명을 타고나게 된다고 하는 반면, 묘를 옮기거나 비석을 세우면 후손이 복을 받고, 수의(壽衣)를 만들어 놓으면 부모님이 장수한다고 하는 등의 믿음이 구전되어 온다. 아무런 근거 없는 속설이지만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 윤달이 들면 혼례, 출산 등의 경사에 관련된 행사는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신혼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물론 신생아의 울음소리 또한 듣기 매우 어렵다. 윤달을 피하기 위해 결혼식을 앞당기거나 늦추고, 또 자연분만을 계획했던 임산부들마저도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출산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시신(屍身) 태우는 것은 부관참시보다 가혹한 형벌
그러나 묘 이장과 사초, 그리고 수의(壽衣)를 맞추려는 사람들은 급격히 늘어난다. 오래된 조상의 묘를 옮기는 광경은 물론 잘 모셔져 있는 조상의 묘를 파헤쳐 체백(體魄)을 불에 태우고 남은 유골을 함에 담아 납골묘에 모시는 모습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다. 묘지 부족을 해결하고 자녀들의 고생을 덜어준다고 하는 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후손이 조상님께 ‘죄인의 관을 쪼개어 시신의 목을 베는 부관참시(剖棺斬屍)’보다 더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 셈이다. 윤달이 들면 흉사를 치르는 장례업 등은 호황을 누리고, 경사를 치르는 산부인과, 예식장, 여행사 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윤달은 썩은 달이다. 윤달은 모든 신(神)들이 하늘로 올라간 공(空)달이기 때문에 경사(慶事)를 치르면 액운이 따르고 흉사(凶事)를 치르면 후손이 복(福) 받는다.”라고 하는 등의 미신에서 비롯된 진풍경이 틀림없다.
윤달 길흉설 상술이 빚어낸 병폐
그 어떤 풍수지리학 및 운명학 서적에서도 “윤달에는 길일과 흉일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묘 이장, 사초 등을 해도 후손이 복을 받고, 결혼식을 올리면 불행한 삶을 살고, 또 출산을 하면 아기가 나쁜 운명을 타고 난다”라는 등을 언급한 바 없다. 모든 행사에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그 묘 터의 기운과 묘 이장을 하는 날의 기운, 그 곳에 묻히는 유골의 기운이 상생이나 상극이 되는 날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람의 유전자가 제각각이고 우주에 흐르는 기운 또한 날마다 달라진다. 윤달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멈추거나 우주에 유행하는 기운이 정지되어 있지 않는데 어찌 길일과 흉일이 있을 수 없겠는가? 그러므로 윤달을 비롯한 그 어느 때도 길일과 흉일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윤달이라고 해서 어찌 묘 이장 등의 흉사에는 무조건 좋고, 결혼식 등의 경사는 무조건 나쁜 날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윤달이 들면 이렇게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것은 운명학과 음력 윤달에 대한 오해, 그리고 일부 역리학자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과 장례업자들의 상술이 빚어낸 병폐라고 보면 틀림없다.
윤달은 음력, 운명학과 관련 없다
고금의 모든 운명학자들은 음력이 아닌 24절기로 년(年)과 월(月)을 정한다. 날짜 또한 1, 2, 3, 4 등의 숫자가 아닌 갑자(甲子) 을축(乙丑) 등으로 불리는 육십갑자로 표기하고 결혼식, 출산, 묘 이장, 사초 등에 좋고 나쁜 날 등을 가린다. 음력에 배치되는 윤달은 사주팔자와 풍수지리학 등을 비롯한 그 어떤 운명학과도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근거가 된다. 이런 사실은 윤달 배치 기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달은 짧은 음력의 길이를 24절기 즉 절월력의 길이와 맞추기 위해 배치한다. 따라서 윤달이 든 해라고 해서 1년이 390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별도로 절기가 더 주어지지 않는 이유다. 1년 24절기가 26절기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차, 월건, 일진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윤달이 든 해도 운명학에서 연월일시를 정하는 24절기 즉 절월력의 1년은 365.2422일로 24절기가 될 뿐이다. 실례를 들면 음력 1년은 354.3671일이 되고, 24절기 즉 절월력(사주력) 1년은 365.2422일이 된다. 그래서 음력은 24절기보다 약 11(10.8751)일이 짧다. 이에 따라 3년이 되면 약 33일 차이가 난다. 이 차이를 없애주기 위해 3년에 1번, 19년에 7번의 윤달을 배치한다. 이렇기 때문에 윤달에 흉사를 치르면 후손이 복을 받고 경사를 치르면 후손이 재앙을 받는다고 하는 주장은 아무런 학술적인 근거 없는 미신이 된다. [오원재 역리학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