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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시간이 없다"

동네 도서관으로 갈 때마다 봐서 외우게 된 짤막한 시가 있다. 도서관에 이르는 길은 ‘멘토의 거리’라 해서 좋은 시와 구절을 담은 판넬들이 죽 내걸려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아빠 시계’다.


‘시계를 / 볼 때마다 /

아빠는 / 시간이 없어 / 시간이 없어 /

왜 아빠 시계엔 / 시간이 / 없는 거지?’
 
지난 맞벌이 30년 간 나 또한 ‘시간이 없어’를 입에 달고 살았을 것이기에 어린 시절의 내 아이들 마음이 아릿하니 다가오게 만드는 동시다. 지금 50대 이상에서 이런 ‘아빠 시계’를 차고 살아오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대한민국 자체가 역동의 세월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70, 80대에 이르러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말하는 분들을 어렵잖게 만나곤 한다.


길을 가다가 쇼윈도에 비친 주름투성이 얼굴이 정말 나인지 언뜻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면, 한창 때의 팽팽한 얼굴 사진을 여태 사용하는 분들도 있다. 시간을 붙들어 매놓거나 아예 거꾸로 가고픈 마음들인 것이다. 몇 년 전 국내 개봉됐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어쩌면 부러울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벤자민은 80세의 외모를 갖고 태어나 양로원에 버려지지만 날이 갈수록 젊어진다. 60세의 겉모습이 된 12살 어느 날 6살의 데이지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딸도 태어난다. 그러나 그는 사랑했기에 마침내 그들을 떠나게 된다. 벤자민의 말과 딸의 생일마다 보낸 엽서의 글, 그리고 그가 일했던 인양선 선장의 말 가운데는 죽음과 사랑, 젊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들이 많았다.


“가치 있는 것이라면 언제든 늦은 게 아니다.(계속 어려지고 있는 내 경우는 ‘언제든 이른 게 아니다’ 겠지?)”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언제든 네가 원할 때 시작하렴.” “살아가면서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것은 없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해도 돼.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받아들여야 해….” “다시 젊어진다면 바꾸고 싶은 게 많아요, 실수도 바로잡고요.” “기다리기만 했어요. 뭔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저절로 찾아올 거란 환상을 갖고 젊은 시절을 허비해버렸죠.”

 
시간 압박
 


그렇듯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아무 죄가 없다는 빠삐용도 “네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 인생을 허비한 죄지” 하는 심판을 꿈속에서라도 받지 않던가. 이제나마 뭔가 원하는 바를 하려니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10년만 젊었으면 하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듯한 것이다. 나이 따라 시간의 속도가 빨라져서 50대는 50km로, 60대는 60km, 70대는 70km, 80대는 80km로 간다는 말들도 한다.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연구팀이 16~80세 2천 명 정도를 대상으로 시간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느껴지는지, 지난 1주일이나 한 달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물었다고 한다. 응답 결과를 나이로 묶어 분석해 보니, 시간과 나이와는 별 상관이 없더란 것이었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은 ‘시간 압박’ 개념 때문이란 게 연구팀의 결론이었다. 시간 압박이란 주어진 시간 내 마무리해야 할 여러 일들이 있을 때 시간 흐름에 민감해지고, 시간이 모자라 일을 다 못 마쳤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시간이 빨리 지난다고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일도 그럴진대 결국 삶의 진정한 의미로 남는 사랑에서야 얼마나 더 시간 압박을 느끼게 될까. 평소에는 느낄 겨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겨질 때 절감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대부분이 남기는 말은 ‘사랑해요’가 아니던가.


뒤늦게 한 사람을 만나고 마음이 갔지만 여건상 결혼은 많이 망설였던 60대의 한 싱글 선배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 차이가 큰 그 사람이 오랜 기다림 끝에 꺼낸 이 한마디가 그녀의 저지선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시간이 없어요.’ 또 한 선배는 좋은 물건을 선물 받으면 쓰던 걸 제쳐두고라도 바로 사용하는 것을 생활원칙으로 삼고 산다. 귀한 식기들이며 패물들을 나중에 쓰겠다고 쟁여뒀다가 손도 못 댄 채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가 마음속에 늘 안타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어머니처럼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지인들이 보이면 그 선배는 이 한 마디를 빠뜨리는 법이 없다. “시간이 없어요.” 나에게도 이 말이 건네졌을 때,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란 어느 시 한 구절로 재차 마음을 다져봤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 않은 데서 오는 후회


남극의 얼음 위에 무리지어 선 펭귄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놈들이 연달아 뛰어들게 하는 놈이 있다.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남들이 어떤 결정을 못 내리고 방황할 때 과감히 결행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퍼스트 매미’도 있을 것 같다. 이 여름 새벽의 어스름이 가시기 무섭게 일제히 울어대기 시작하는 걸 보면 먼저 소리를 터뜨린 놈이 있지 않을까. 혹은 10년 가까이 땅속에서 머물다 땅 위에서 열흘 남짓 살고 마는 생의 촉박함으로 인해 모두가 퍼스트 매미일까. 그래서 저토록 우렁찬가 싶은 매미 합창을 들으며 돌이켜본다. 퍼스트는커녕 계속 머뭇거리다 주저앉고만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비록 퍼스트는 아니더라도 땅으로 떨어지기까지 온몸을 다해 목청 돋우는 매미를 닮아 볼 일이다. 후회는 어떤 일을 한 데서보다 하지 않은 데서 온다고도 하지 않나. 머잖아 매미 소리가 사그라지면 한 해가 급경사의 내리막 미끄럼을 타고 만다. 이제 8월, 38년 만에 가장 빨리 온다는 늦여름. 추석으로 9월이 휙 지나고 나면 올해도 얼추 저물녘이다. 정말로 시간이 없다.                              - 성진선 (시니어 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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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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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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