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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탈북 기자가 쓴 한국의 공원묘원 견학기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말 추석을 맞아 회사 선배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유능한 선배였는데 불치병에 걸려 3년 전에 40대 초반의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저와 인연이 많던 분이라 산소를 한번 찾고 싶었습니다. 선배 산소는 회사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가야 하는 용인의 묘지공원에 있습니다. 묘지공원에 가보니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잔디를 입혔는데 거기에 질서 정연하게 안장된 무덤이 수만 개는 됩니다. 무덤을 보고 이런 이야기하긴 그렇습니다만 정말 묘지공원이 너무 멋있어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여기는 여러분들이 북한에서 공동묘지 하면 떠올리는 그런 상상과 완전히 다른데, 대성산 혁명열사릉이나 신미리 애국열사릉처럼 꾸려져 있습니다.


잠시 묘역을 보면서 감탄하다가 문뜩 아무리 잘 꾸려졌다고 해도 매년 서울의 사망자 숫자를 감안하면 해마다 산 한두 개씩은 묘지를 위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인구가 1000만 명이니 사람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도 10만 명 이상씩 해마다 돌아갑니다. 무덤 10만 개를 만들려면 산 몇 개는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화강석 대리석으로 멋있게 무덤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돼서 그렇지 백 년만 지나보십시오. 서울 주변의 산은 모두 묘지공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화장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납골당도 잘 꾸려져 있습니다. 납골당에 가면 화장을 한 뒤 뼈 가루를 단지에 담아 보관하고, 그 보관함 속에 고인의 생전 모습과 그가 애용하던 물품들도 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동묘지도 마찬가지인데, 내려오면서 일부 묘지들을 쭉 보면서 걸어 내려왔습니다. 묘지 앞에 유리관이 놓인 곳이 많았는데 그 안에 고인의 생전 모습과 가족사진, 그가 썼던 안경, 책, 성경은 물론 심지어 새 신발까지 있더군요. 그 신발을 보고 이 무덤의 주인은 신발 연구를 하던 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덤 하나하나를 지나치며 볼수록 참 하 많은 사연들과 스쳐 지나치게 됩니다. 길가에서 사람들과 지나칠 때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지만 묘지에 가니 한 사람이 남긴 인생과 마주치게 되더군요.

한 묘지 앞에는 빛바랜 젊은 장교 사진이 있었는데 6.25전쟁에 참전했던 분 같았습니다. 그가 말년에 멋진 집에서 손자 손녀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여기선 성공했다고 볼 만한 인생을 살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어느 묘 앞에는 어느 영화배우 못지않은 젊은 미인의 사진이 놓여있었습니다. 생전에 인기도 좋고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것 같은데, 왜 일찍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인기가 무슨 소용이겠냐, 수만 개의 외로운 무덤 중의 하나일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는 무덤 같은 곳에 가기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이제는 공동묘지에 가도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번에 돌아오면서 “나는 죽어서 그냥 묻힐까 아니면 화장을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함께 갔던 분이 “난 무조건 화장이다. 자식 둘 모두 미국에 살고 있어 한국에 오지도 않는데 무덤 써야 봐줄 사람도 없어”라고 하더군요. 저도 죽을 때까지 통일이 안 되면 고향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 쓸쓸히 묻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장이 좋아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내 몸이 죽은 뒤에 수천도 불에 들어가 타질 생각을 하니 끔찍합니다. 제 몸을 다시 한번 내려보았습니다. 죽으면 뼈는 그래도 가루라도 남는데 살은 흔적도 없어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걸 생각하니 지금은 그냥 묻히고 싶습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싫긴 하지만 사람 인생이 어찌 내일을 알 수 있겠습니까.


대신 저도 남들처럼 무덤 앞에 훌륭한 경력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제 무덤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아, 이 사람은 훌륭하게 살다 갔다”고 추억하게 말입니다. 회사에 돌아와 저는 컴퓨터로 평양 지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평양은 공동묘지를 어디다 만들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서울은 그래도 주변에 산이라도 많은데 평양은 대성산 뒤쪽에 좀 산이 있을 뿐 정말 산을 찾아가려면 멀거든요. 평성 쪽으로 많이 나가던지 아니면 중화 쪽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자가용이 보급돼 있으면 차를 타고 가면 되겠지만, 지금처럼 이동하기 힘들면 가족이 사망할 경우 적절한 장지를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나중에 평양 주변에 묘지공원을 만드는 사람은 큰 돈을 벌 것 같습니다. 북한은 현재는 산에 올라가 그냥 묻으면 그만이지만 여기는 묘지공원에 묘지 한 평 정도 땅을 얻는데 1만 달러 가까이 내야 합니다. 대신 수십 년 동안 관리는 해줍니다. 평양 주변은 산이 귀해서 묘지공원 조성할 터도 귀할 겁니다.



평양도 화장을 하면 묘지 대란이 해소가 되겠지만 장묘 문화가 한순간에 변화되긴 무리입니다. 김일성도 1970년대에 화장을 도입하려 했다가 고향 만경대 노인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김일성도 못 고친 장례 문화입니다. 북한은 도시 주변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라 온통 무덤밖에 안보입니다. 2002년인가 김정일이 그게 보기 싫다고 무덤 봉분 높이를 20㎝로 낮추라고 해 사람들이 삽을 들고 산에 올라가 조상 묘지들을 깎아내느라 혼이 났습니다.


화장을 도입하려 했던 김일성이나, 남의 무덤을 강제로 깎게 했던 김정일이나 지금은 궁전이란 이름이 붙은 세계에서 제일 큰 무덤에서 미라로 누워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 왕조가 끝나면 인민들이 미라를 불에 태우고 그 큰 무덤도 없애버릴 게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죽으면 욕심도 죽어야 하는 게 자연의 마땅한 순리인데 그걸 거스르면 벌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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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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