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을 2번 울리는 장례 관련 업체들의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이 장례업계 비리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상반기에만 총 14건, 286명이 적발됐다. 이들이 거둔 수익은 74억원가량에 이르렀다. 장례식장 제단 장식꽃과 화환을 재탕하다가 붙잡힌 경우가 2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 검거인원 및 범죄금액은 ▲제단 조화·음식 재사용(213명·68억원) ▲장의용품 납품 관련 리베이트 수수(71명·5억원) ▲중국산 등 저가 수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2명·1억원) 등이다. 이번 단속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활동의 일환으로, 관혼상제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는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경찰은 장례업체 비리에 대한 수사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우수한 실적을 낸 경찰관에게는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재탕 수법의 적발 금액은 68억원으로 전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의용품 납품 관련 리베이트를 받은 인원은 71명, 5억원 규모였다. 중국산 등 저가 수의 1억원어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경우도 2명이 검거됐다. 또 장의업체들은 상조업체와 장례식장에 물품 납품을 대가로 장의 차량과 각종 음식, 영정 등 모든 품목에 뒷돈을 덧붙여 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적발된 장례식장은 독점 납품 계약 이외에도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에 버리고 간 제단용 조화 등을 꽃 유통업자들이 수거하도록 해줬다. 장례 한 건을 둘러싸고 장례식장·상조업체·장의업체·꽃 유통업체의 ‘4각 비리’가 작동한 셈이다.
▶지난 4월 충북 청주의 한 장례식장에 꽃집 직원이 들어왔다. 다 쓴 장례용 화환을 수거해 유유히 사라졌던 그는 10분도 안돼 다시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조금 전 수거한 화환을 다시 들고 들어왔다. 화환 리본에는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리본 명의만 바꿔치기하고 시든 국화만 솎아내는 ‘재탕’ 수법이었다. 꽃집 주인 이모씨(46)는 이런 식으로 2억3700만원가량의 이득을 올렸다. 이씨가 화환을 재탕한 횟수는 2377차례나 됐다.
▶광주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37명에 달하는 꽃 유통업자와 꽃집 주인들이 짜고서 유가족들이 버리고 간 장례식 제단용 3단 조화를 새것으로 꾸며 판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이 챙긴 액수는 모두 35억여원에 달했다. 유가족들은 각각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주고 ‘재활용 공짜 조화’를 구입했다.
▶지난 2월 부산에서는 유족에게 판매한 물품 가격의 20~50%를 뇌물로 제공한 장례식장 운영자, 상조업체 직원 등 90명이 검거됐다. 장례식장들은 장례식을 유치하려고 상조업체 직원들에게 시신 1구당 10만~20만원씩, 1년 동안 2200만원을 뇌물로 상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