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시설공단이 주최한 전국대학(원)생 학술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대학생은 학술논문에서 장례식장 음식문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향후 장례식장 음식의 다변화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설문조사 결과 장례식장 음식은 대부분 먹고 오는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왔고, 장례식장 음식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식기형태와 음식의 종류와 구성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현재 제공되는 음식의 대체에 대한 설문에서 다과상 차림이 좋다는 의견이 꽤 나왔고, 지금의 장례음식 대신 생필품 같은 답례품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게 나온 것이 특이하다. 즉, 결혼식장에서 음식 접대 대신에 식사를 못하고 가는 하객들에게 답례품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장례식장에서도 이런 조문객들의 요구가 꽤 있다는 얘기다. 설문조사 결과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약 60%가 넘는 소비자가 음식에 대한 다양성과 다과상 차림, 답례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논문은 고인이 평소 드시던 주류,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간식 등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다과나 주류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특산물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그 지역을 상징하는 음식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여 제공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장례식장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국밥이나 육개장 등 천편일률적인 음식을 조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 아무리 우리 장례음식이 간소화, 정형화되어 본래 장례음식의 의미가 퇴색되어간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양화를 꾀했으면 좋겠다. 장례음식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제공하기보다는 상주가 조문객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한다는 보은의 정신에 기초하여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일부 지역 장례식장의 경우 지역 특성을 살린 메뉴가 등장(예를 들어 제주의 몸국, 경남의 재첩국, 대전의 올갱이국밥, 전남의 장어무침 등)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인지라 아쉽기 그지없다.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공간이자 유족에게는 조문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는 의미가 가장 크다. 그런 점에서 평소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예를 들어, 천안호두과자, 안흥 찐빵, 경주 황남빵 등)이나 지역 특산품을 음식에 곁들이거나 답례품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고인과 유족 간 마지막 이별을 위해 장례와 관련된 모든 종사자가 멋진 연출을 해드려야 한다.
이생에서 마지막 주연 배우의 역할을 고인에게 양보하고 상주를 대신해서 장례가 이뤄지는 그 시간만큼은 모든 종사자가 그들을 위해 조연과 단역 그리고 스태프를 자처하고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인과 마지막으로 함께 호흡하는 그 자리가 모두에게 융숭한 자리가 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연출되기를 소망한다. 그리 멀지않은 2020년을 전후해서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 고인을 모시는 일은 한시적으로 늘겠으나 인구통계학적으로 조문객 숫자는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초고령화 시대에 제일 먼저 예견되는 장례식장의 풍속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할 다음 세대들이 장례식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장례식을 치룰 수 있도록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메뉴 개발과 장례음식의 다변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정옥래( 장례문화연구가)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