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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잃은 부모들의 절규를 듣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세월호참사 현장에서 자원봉사한 교수의 인터뷰>

한순간에 꽃다운 생명들이 영원한 세상으로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우리 모든 산자들은 안타깝고 미안했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가슴 저미는 슬픔에 조금도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에 삶의 의미를 원점부터 다시 돌아 본 세월들이다. 그냥 있을수 만은 없었기에 무작정 세월호 참사 진도 현장으로 달려가 자원봉사에 나선 ‘의로운 이웃’이 있다. 보통의 자원봉사가 아니라 희생된 사체를 정성껏 닦고 여미는 시신 수습 봉사에 전념했다. 대학원에서 상‧장례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에 출강하고 있는 최호선 교수. 그에게서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지울 수 없도록 낙인된 진도현장의 모습과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를 진단해 본다. [이하 글은 최호선 교수가 한국일보 김윤곤 기자와 나눈 인터뷰 기사를 최호선 교수가 직접 본지에 보내온  것이다. 편집자- 주]



● 진도까지는 먼 길입니다. 언제, 왜 그 먼 길을 나섰나요. 가는 길에 스치던 생각은….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도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4월 30일 수요일 오전 강의를 마치고 출발했는데 도착하니까 밤이더군요. 돌아올 때는 연휴가 끼어서 9~10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 가는 길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정해지지도 않았고 현장 상황도 몰랐어요. 그냥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떠났습니다. 돌아올 때는 예상보다 참혹했던 현장 상황과 일상의 평온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곳에서 지낸 시간들을 되짚어 보았고…. 돌아갈 집과 기쁘게 맞아줄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고마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같이 돌아갈 가족이 없어졌구나, 그 사실이 또 가슴 아팠구요.”


현지에 도착해서 맞닥뜨린 현장 상황은 어땠는지요. 눈에 두드러진 몇 가지를 짚어 주시

   죠.


“요즘은 현장에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요. 제가 갔을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구호물자였어요. 넘치는 봉사자와 물품들을 보면서 모든 것이 넘치도록 풍부한 이 나라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이 부족해서 그 많은 사람들을 수장시켰나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학부모‧가족이었고 나중에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이 되신 분들의 슬픔을 곁

    에서 지켜보고 위로한다는 것은 무척 힘드셨을 텐데요.


“사람들은 시신을 보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하시는데 사실 그 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가장 괴로운 것은 가족을 잃은, 특히 아이를 잃은 부모님 절규를 봐야 하는 것이지요. “이거 거짓말이라고 해줘 장난이라고 말해줘”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모들의 절규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봐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단순한 사고의 피해자가 아니고, 국가나 자본 또는 우리 모두가 총체적 가해자라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트라우마를 겪어야 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 특정 종교집단이나 정부 탓만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원칙대로 하기 보다는 빠르게 빠르게만 부르짖다가 모든 것이 부실해져 버렸고 양심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권한을 갖게 되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닐까요? 우리 삶 전반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 부실한 구조작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분노가 큽니다. 현지에서

    이런 부분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셨나요.


“대통령께서 해경 해체를 선언하셨는데요. 제가 현지에서 본 해경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쉴 새도 없이 밤낮 일해야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희생자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를 감당해야 하며, 바다에서 온 세월호 사람들의 참혹한 모습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조직 상부의 부조리를 이유로 실무자들의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초동 대응 실패, 구조작업 실패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해체가 과연 필요한 조치 였는가 의문스럽습니다.”


이번 참사의 시신을 수습하는 심정이 남달랐을 텐데요.


“아이들이 여행 간다고 새로 산 옷, 친구들하고 비슷한 옷들을 입고 있었어요, 머리 모양도 다들 비슷하고…. 청소년기 특유의 또래문화가 보였지요.. 그렇게 비슷한 옷을 입고 밤새 소곤소곤 얼마나 즐거웠을까? 아침에 닥칠 일은 짐작도 못하고 제주 수학여행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생각하니 아이들 젖은 몸을 보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우리 지역의 정서는 불행히도 극명히 갈려 안타깝습니다. 슬픔조차 찢

   기는 슬픔을 느낍니다. 갈린 마음에 대한 처치나 꾸지람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꾸지람을 할 입장은 아니구요. 참 안타까운 것은 이번 일을 너무 쉽게 “남의 일”로 취급해 버리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사고 수습에 들어가는 세금을 아까워하시는 분들도 제가 직접 봤습니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겠지만 내 일이라고 한번쯤은 꼭 상상해 보시기바랍니다. 이번 참사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정치적 호불호, 지역적 편견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라 아픔을 당한 이웃,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야 할 그런 일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속’입니다. 두려운 것은 ‘세월호 이후’입니다. 참 어려운 질문입니

    다만, 우리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먼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부자되세요”라는 인사가 아무렇지도 않고 “대박”이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요?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라고 하지요. 흔한 세잎 클로버는 행복의 상징입니다. 행운이 대박이라면 행복은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 아닐까요? 네잎 클로버를 찾느라 세잎 클로버를 무수히 짓밟는 바보짓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실종자 가족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치고 힘들더라도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에 최선을 다하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해원(解寃)의 첫걸음입니다. 두 번째는 서로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더라도 마음을 모아서 공동으로 대처하시라는 것입니다. 희생자 숫자가 많다보니 의견을 종합하기 어려운 줄은 알지만 이럴 때 일수록 힘을 합쳐야 합니다. 세 번째는 스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길 노력하십시오. 사별 이후 건강을 해치거나 생활의 균형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방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는 어렵겠지만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서 심신의 건강을 지키셔야합니다. 저의 계획은 지금도 개인적으로 유족들을 만나고 있지만 앞으로도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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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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