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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사회, '세월호 집단 트라우마' 현실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자살 시도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세월호 침몰 참사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조에 참가한 수색대원, 자원봉사자,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도 간접적 외상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집단 스트레스가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 긴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수색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심리적 2차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정부는 안산 트라우마센터 외에도 전국 단위의 심리치료 지원을 위해 국립서울병원에 가칭 ‘중앙 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전문 의료진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 정신과 의사는 많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너무 부족했던 터라 치료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료진은 드물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 가운데 사고 당시의 기억을 연상시켜 고통스러운 순간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기억 속에 담긴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을 약화시켜 나가는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이런 치료를 부작용 없이 할 전문가는 많지 않다”면서 “심리지원 센터를 만드는 일 못지않게 치료할 의사를 양성하는 문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이다. 당시의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생생하게 재연돼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심한 정서적 위축 상태에 빠지거나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2개월 뒤 부상자 129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한 결과 절반가량인 6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됐다. 그만큼 발병 위험이 높다. 유제춘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상당수가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심리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재욱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심리 치료 지원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자살 시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밀착해 지켜보되 감정적으로 정리할 시간을 둔 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성급하게 학교를 옮기거나 이사를 가는 것도 도움이 되진 않는다. 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학교 친구들과 이웃들이 의지하며 같은 상처를 가진 많은 사람이 서로 돕고 있음을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 안전망이 붕괴되며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유가족은 물론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고 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려면 제대로 된 사건 규명과 추가 조치를 통해 국가가 신뢰감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범 교수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야 재발률을 낮추고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 치료비를 유족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라면서 “단기적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들 “아무도 못 믿겠다” 기존시스템에 대한 배반감


국민들은 이번 사고로 대형 재난에 취약한 국가 시스템을 확인했고 재난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리더의 부재도 목격한 만큼 이후 사회 안정을 위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을 향하던 전동차가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멈춰 섰다. 조명이 꺼진 객차 내에 “안전한 열차 안에서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승객들은 안내 방송에 따르지 않고 탈출을 감행했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생생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안내방송만 믿고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세월호 참사로 하루아침에 기존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가 사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이번 사고로 국민들은 ‘이제 아무도 못 믿겠다’는 의식이 생겨났고, 재난이 발생하면 ‘각자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사회학적으로 보면 사람이 태어나 사회화하면서 배운 사회질서와 이 과정에서 생긴 기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더가 안 보이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총리·장관·정치인 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전남 진도를 찾았지만, 자신의 목을 내놓고 과감하게 재난 현장을 지휘하는 리더는 보이지 않았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사고 원인 분석, 재난에 대한 성찰, 대응책 마련, 비전 제시 등의 과정이 현재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조(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반전 계기가 필요한데, 6월 열릴 예정인 월드컵 외에는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 정신건강 '빨간불' 집단 트라우마(PTSD) 경고


전문가들이 집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트라우마)'을 경고하고 나섰다. 대학교수들 학술단체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4일 세월호 사고에 지속 가능한 트라우마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회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걱정과 아픔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보상 체계를 가진 조직이 구성되고 유지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이유는 자살대국이라는 국내 사정과 무관치 않다. 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9·11 사태 이후 '뉴욕 건강 및 정신위생국'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는 사건에 노출된 성인의 20% 정도에서 PTSD가 발생했다. 통상적인 발병률의 4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조요원 등도 PTSD 위험률이 높았다. 미국 남부의 경우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사건 이후 지역 자살률이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이미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자살 기도 소식이 언론의 보도자제 속에서도 몇건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이고 행정력이 뒷받침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지금 상황은 충분히 걱정된다. 겨우 줄어든 자살률이 다시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슬픔에만 빠져있을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번 사태를 더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9·11 사태를 겪은 미국에서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외상후 성장'이라고 부르면서 의학적·사회적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한국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재난 트라우마 최소 1년 치료 필요”


“우리는 지난 20년간 대형 참사 등 크고 작은 재난을 당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대부분 피해 예방, 복구 등 물질 보상 위주였습니다. 사고로 인한 심리 충격에 대한 치유는 도외시되다시피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트라우마)’ 전문가인 배정이(여·52) 인제의대 교수 겸 부산시 재난심리지원센터장은 “사고 직접 피해자나 가족, 친지 등의 트라우마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지원이 미흡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지난 12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안전도시 연차대회’(12∼17일 벡스코)의 ‘세월호 참사 핫 이슈 세션’에서 14일 ‘우리나라 재난심리지원현황과 발전방안’이라는 제호의 논문을 발표했다. 배 교수는 이 논문에서 트라우마의 심각성에 대해 “재난 충격으로 인한 반응은 심리적, 인지적, 사회적, 행동적 영역으로 다양하게 나타나 개인과 해당 지역사회 및 국가 전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현재의 국민적 공황 상태는 이러한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트라우마에 대한 응급처치와 함께 1년 정도의 치료와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계상으로도 1년가량이 지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사후관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에 따라 배 교수는 미국처럼 총체적 재난관리개념(MENA)을 도입해 트라우마를 정부재난위기관리시스템의 한 분야로 포함시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하는 등 신개념의 안전복지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방치 땐 한국사회 멍든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대형참사 이후에 한국이 국가차원에서 트라우마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미국의 재난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지난 3월 하순 미국 워싱턴주 오소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40여명이 숨지고 주택 수십여채가 파손됐다. 일반 대중의 관심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집중됐지만 이면에는 미국 특유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것은 위기상담 프로그램이었다. 연방정부가 사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대상으로한 국가 차원 트라우마 관리였다. 이는 대형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하이어홀더 미국 복지부 산하 정신건강 서비스국 기획관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연적인 치유력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일을 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이었다. 하이어홀더 기획관은 특히 "자살과 우울증, 약물남용,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트라우마 전문단체 내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상담에 나선 국내 전문가들을 돕기 위해 이스라엘 민간구호기구 '이스라에이드(IsraAID)'가 방한, 경기 안산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 전문교육을 펼친다. 국제 구호개발 단체인 굿피플에 따르면 이스라에이드의 요탐 폴리처 아시아지국장을 비롯한 심리치유 전문가 3∼4명은 19일, 21일, 23일 3차례 안산 지역 예체능 교사들을 상대로 심리치료 기법 등을 전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24∼25일에도 안산 지역의 나머지 과목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추가로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굿피플 관계자는 "이스라에이드는 향후 2년간 50여 명의 전문가를 한국에 순차 파견해 심리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치유 기법 등을 전수한다"며 "안산과 진도에서 현장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은 수학여행길에 나서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숨진 단원고 학생들이 살던 곳이다. 이에 앞서 이스라에이드 심리치유 전문가들은 11∼12일 조선대와 광주광역시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해 청소년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가 등을 상대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워크숍을 열었다. 이스라에이드의 국내 활동은 굿피플이 동행하며 지원한다. 2001년 설립된 이스라에이드는 그간 전 세계 재난과 전쟁 지역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심리 및 외상치료를 담당하고 파견국의 전문가들을 훈련해 왔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2010년 아이티 지진 참사, 2011년 일본 대지진 현장도 직접 찾아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한 위기상황에 대응한 바 있다. [사진:뉴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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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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