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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로 승화한 돌발교통사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지난 19일 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부터 송파구청 사거리 1.2km 사이에서 돌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염 모씨가 운전하던 3318번 버스가 택시 3대를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고 1190m를 달리다 또다시 승용차 5대와 충돌한 뒤 신호대기 중이던 30-1번 버스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전날 오후 10시 무렵 강동 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한 3318번 버스는 오후 11시 43분 무렵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이어 추돌했다.


버스는 추돌 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직진, 잠실역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뒤 송파구청 사거리까지 내달렸다. 사고 직후 버스는 차체 앞쪽이 완전히 찌그러졌으며 깨진 유리창 파편은 차로와 인도를 뒤덮었다. 3318번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은 1차 추돌 후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 교통사고를 요약하면 정상운행 중 신호대기 중이던 대중교통 버스를 1.2km 뒤에 떨어져 운행하던 버스가 복잡한 거리를 무려 8대의 택시와 승용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나 마치 표적으로 삼기라도 한 것처럼 심하게 충돌한 것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수시로 있을 법한 교통사고, 그러나 특별히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사연에 할 말을 잃고 생각에 잠긴다. 인간사회에 씨줄 날줄로 얽히고설킨 운명의 작희, 그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


숨진 남학생과 여학생은 새내기 커플


신호 대기 중 뒤로부터 갑자기 들이 받힌 30-1번 버스의 맨 뒷 좌석에는 올해 모 대학교에 갓 입학한 이군, 한군, 장양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다가 양해를 구한 후 다른 동료들보다 먼저 나와 사고 버스를 탔다. 이모(19)군과 장모(19)양은 막 교제를 시작한 '새내기 캠퍼스 커플'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군의 친구 K군은 "사고 당일인 19일 새벽 이군에게서 '고백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사귀기 시작한 날에 두 사람이 함께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군과 장양은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 14학번 동기로, 이군의 고백을 장양이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1일 차 커플'이 된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이군은 사고 당일 경기 성남시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장양을 서울 강동구 집까지 데려다 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품인 지갑엔 장양의 사진이 꽂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오후 9시쯤 아들이 전화를 걸어와 '오늘 신입생 환영회가 있어서 늦게 들어간다. 미리 말씀 못 드렸다'고 말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 장양은 오후 11시쯤 집에 전화를 걸어 "버스를 탔으니 곧 들어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0분 뒤 염모(59)씨가 몰던 3318번 시내버스가 이군과 장양이 타고 있던 30-1 시외버스를 들이받으면서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변을 당했다. 이군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뇌사(腦死) 판정을 받은 장양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여러 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버지의 회한  "자랑스럽고 미안해"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순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19세 손자를 먼저 보낸 할머니는 입관식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어머니는 오열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이를 편하게 보내주자"며 달랬다. 자세를 고친 아버지는 관 위에 꽃을 한 송이 올렸다. 그리고 관을 덮기 직전, 아들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을 건넸다. "잘 가라 아들아. 아빠가 잘못한 게 많은 것 같다." 숨진 이군의 빈소가 차려진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군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아들에게 사과를 한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씨는 "어제 하루 동안 빈소에 아들의 생전 친구가 200명이나 찾아왔다"면서 "유치원 때 피아노학원 선생님과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고등학교 1·2·3학년 담임선생님도 찾아왔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평소에 아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명령하기만 했지, 사람으로서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도 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왔었다"고 말했다. "내가 오히려 사람을 사귀는 법을 아들에게서 배웠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런 게 아이에게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마른 울음을 삼켰다. 그는 "하지만 나는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면서 "내가 아들의 생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랑스러움을 사후에 깨달은 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생전 아들의 살가웠던 모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가슴을 쳤다. 이씨는 "아들은 요즘 아이들과 다르게 부모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할머니와도 정말 친했다"면서 "사소하고 조그마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다정하게 지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들은 남자인데도 '사랑합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엄마' 같은 말도 잘 했다"면서 "맑고 밝고 애교가 많았던 집안의 귀염둥이였다"고 말했다.


여대생 장기기증  “착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워낙 착한 아이였다. 너무 밝고 선해서 그냥 하늘로 보내기 아까웠다. 그 마음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장양은 이번 사고로 장기가 많이 손상된 상태인 까닭에 수술이 더 길고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지인'이라고 밝힌 A씨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고, 생각도 예쁜 아이였다"고 장양을 회상했다. 그녀는 "너무 예쁜 아이여서 가족들에겐 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장기기증 과정과 절차가 너무 힘들어서 희선이를 두 번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어 "때로는 모두가 후회도 했고, 아파도 했다"면서 "특히 아이의 부모님들이 너무 힘들어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장양이) 모두에게 선물을 주고 갔다"면서 "심장을 받은 아이는 따뜻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눈을 받은 아이는 좋은 것만 보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말하는 내내 장양을 떠올리는 모양인지 반가운 미소를 띄었다. 조문객 김씨는 장양의 장기기증에 대해 "누구는 생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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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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