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 고객 전화가 많은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수신자부담전화(080)를 폐쇄하거나 꽁꽁 숨기는 방식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통신료를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발신자인 고객이 통신료를 부담하는 1577-xxxx, 1588-xxxx 등 전국 대표전화만을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같은 번호가 유료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비용을 떠안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금융사들이 전국대표번호 도입부에 장시간 자사 광고를 넣거나 복잡한 ARS메뉴로 통화시간이 길어지고 재차 전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요 은행의 콜 횟수가 하루 평균 7만 콜이고 1회 3분가량 통화한다고 했을 경우 은행 1곳당 소비자에게 하루 273만원, 1년에 9억9천만 원가량을 떠넘긴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전국 금융기관의 수가 1천333개인 점을 감안하면 수천억 원대의 통신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 연간 수천억 원 통신비용 소비자에 전가
전국대표번호 서비스는 지역별로 산재된 기업 전화번호를 단일 대표번호로 통합한 후 발신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전화번호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KT(1588·1577·1899), LG유플러스(1544·1644·1661), SK브로드밴드(1566·1600·1670), 온세텔레콤(1688·1666), SK텔링크(1599), KCT(1877), CJ헬로비전(1855), 티온텔레콤(1800) 등이 운영 중이다.
이용 요금은 대부분 일반전화의 경우 시내, 시외 구분 없이 시내통화요금(3분당 39원)을 기준으로 발신자에게 부과되고, 070인터넷 전화나 휴대전화는 이용자의 요금제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금융기관들은 전국대표번호 수신 도입부에 긴 광고멘트를 넣고 있으며 ARS가 메뉴가 복잡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지체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전화료 바가지를 쓰고 있는 셈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2010년 이후 3년 새 전국대표번호 회선은 12.2% 늘어난 반면 080회선은 16%가 줄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은 워낙에 콜 수가 많아 080서비스를 운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신자부담을 했을 경우 비용을 사실상 감당하기 힘들어 대부분080번호를 폐쇄하거나 공개적으로 안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