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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이없는 직장(直葬), 고독한 이별

스스로 모든 준비갖추고 함께 임종한 부부의 사연

▶인천시립승화원(화장장)에 도착한 영구차(靈柩車)에서 관 두 개가 내려졌다. 두 관을 지키는 사람은 관을 나르러 온 인부들밖에 없었다. 장례를 치르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연고(無緣故) 사망자"의 관이었기 때문이다.

두 시신은 성인천한방병원 안치실에 27일 동안 있다가 이날 화장터로 옮겨졌다.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이다. 시신은 곧장 화장로로 옮겨졌고, 텅 빈 유가족 대기석 전광판에 "화장 중"이라는 붉은 글씨가 떴다. 1시간 30분 후, 시신은 작은 나무 상자 두 개에 담겨 납골당으로 옮겨졌다. 고인(故人)의 사진과 가족이 남긴 편지로 빼곡한 유리 진열장을 지나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 창고가 나왔다. 나무 상자가 창고 가득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의 유골이 담긴 나무 상자는 이름도 없이 식별 번호만 간단히 적혀 창고 한편에 놓였다.

이 두 유골함은 통장에 잔액 3000원만 남긴 채 지난 6월 25일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부부 여모(69)씨와 김모(68)씨의 것이다. 여씨 부부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늘어가는 무연사(無緣死)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집에서 함께 목숨을 끊은 부부의 시신은 하루 뒤인 26일, 세 들어 살던 사람이 발견했다. 부부의 시신 옆에는 신분증과 시신 기증 서약서가 있었다. 함께 놓인 유서에는 "시신을 기증해주고 따로 부검은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부가 차분하게 죽음을 준비한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집 안은 물론 마당도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가전제품은 이미 며칠 전 고물상에 처분한 상태였다. 부부는 키우던 꽃과 나무도 화학약품 처리해 죽였다. 창문은 활짝 열어놓았는데, 숨진 사실이 쉽게 발견되길 원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죽은 지 26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져 결국 부패한 시신은 기증되지 못했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 얘기해 줄 사람마저 아무도 없어 경찰은 부검까지 해야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시신 머리맡에 놓인 5만원짜리 지폐 10장이었다. 통장에 3000원만 남긴 여씨 부부가 왜 이 돈을 두었을까? 무연고로 사망한 사람의 장례 절차를 위해 국가가 영안실 등에 지급하는 돈은 50만원이다. 부부는 자기들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비해 조치해 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씨 부부에게도 가족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30년 전 둘이 재혼하는 과정에서 연(緣)을 끊은 상태였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여씨의 전 부인과 아들은 "빈소는 무슨 빈소냐. 그런 거 해줄 생각 없다. 연락하지 마라"며 장례를 거부했다. 김씨의 아들은 오래전 숨졌다.

 
-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인천시립승화원 무연고 납골당에는 이름 대신 식별번호로 표기된 유골함 수천개가 보관되어있다.<조선일보>
여씨 부부에게도 가족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30년 전 둘이 재혼하는 과정에서 연(緣)을 끊은 상태였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여씨의 전 부인과 아들은 "빈소는 무슨 빈소냐. 그런 거 해줄 생각 없다. 연락하지 마라"며 장례를 거부했다. 김씨의 아들은 오래전 숨졌다.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문 10여곳을 두드려 물어보았으나 이웃 대부분이 부부가 숨졌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도 "여기서 3년 반이나 있었는데, 여씨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고, "동네 마당발"로 유명한 통장도 "인구주택총조사 할 때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의 유해는 앞으로 10년간 아무도 찾아가지 않으면 시립 공동묘지에 "같은" 무연사 사망자 유해와 함께 합동으로 매장된다.

 
친인척과 관계가 끊긴 상황에서 사망해서 수습할 사람이 없는 시신은 별도 장례 절차도 없이 곧바로 화장한다. 이런 경우를 "직장(直葬)"이라고 하는데,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일본에서 먼저 일반화된 용어다.

"무연고 시체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사망자의 신원을 공고한 뒤 가족이 안 나타날 경우 장례업체에 위탁해 화장하거나 매장한다. 이 규정에 따라 경찰은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을 관할 시·군·구청으로 인계하고, 구청은 변사자 공고를 낸 뒤 사망 확인 시점부터 최장 한 달간 지정된 병원 영안실에 시신을 보관한다. 공고 기간에도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시신은 화장 등 장례 절차를 거친다. 이때 구청은 장례식장에 비용 50만원을 지불한다. 직장을 거친 유골은 10년간 각 화장장에 있는 무연고 사망자 납골당에 안치했다가 이 기간에도 가족이 찾아가지 않으면 공동묘지에 합동 매장한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전국 통계는 없으나 지역별 통계를 보면 증가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한 무연고 사망자 숫자는 2009년 206건에서 2010년 273건, 2011년 301건으로 증가했다. 인천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한 무연고 사망자 숫자도 2011년 94건에서 올해는 현재까지 64건으로 연말까지는 100건을 훌쩍 넘어설 예정이다. 2008년부터는 노인 요양 시설, 노숙인 보호 시설 등에 입소한 사람이 사망할 경우 가족이 없더라도 시설 대표가 연고자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연고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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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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