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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에 하늘나라 우체통 마련

 

"보고 싶은 아들에게
상큼하게 푸르고 푸른 계절이구나...
네가 살아 있었다면 네 큰아버지 말씀처럼 우리 집안이 얼마나 융성했겠니?
먼 지난 일을 생각하면 먼저 간 너에게 아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1992년 군 복무 중 22살의 나이에 순직한 고 전새한 이병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묘소 앞. 아버지 전태웅 씨가 아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자신이 쓴 편지를 묘소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일이다. 전씨는 지난 20여 년간 아들의 묘소에 안부를 묻는 편지 7백여 통을 올려두었다.

그동안 전씨의 편지를 포함해 유족들이 남긴 편지가 묘소 위에서 빗물에 젖는 모습을 안타까워 한 대전현충원 측은 정식으로 우체통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전현충원은 지난 1일 현충원민원안내실 앞에서 "하늘나라 대형우체통" 개설식을 가졌다.

그동안 유족들과 일반 시민들은 묘비 앞에 편지를 두고 감으로써 호국영령들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편지들은 빗물에 젖거나 바람에 날아가기 일쑤였다.

이제는 우체통을 이용해 마음 놓고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가로3.3m, 세로3.6m, 높이5m 규모의 우체통은 특별한 하늘색 날개를 갖고 있다. 이는 유가족 및 시민들이 쓴 편지와 호국영령이 쓴 답장이 만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 적색 우체통은 어린이와 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참배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투입구를 낮게 만들었다.

대전현충원은 전씨의 편지 700여 통과 다른 유가족의 편지 200여 통, 그리고 국민들이 보낸 편지를 합쳐 1000여 통의 편지를 보관 중인데, 앞으로도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수거해 그 중 귀감이 되는 글들은 따로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은 "앞으로 유족은 마음 놓고 그리움의 편지를 쓰고 방문객들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길 바란다"고 전했다.

 
- 지난 2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 한 아파트에서 전태웅씨가 21년 전 숨진 아들이 입었던 군복을 쓰다듬고 있다
▶첫 편지 주인공 순직한 아들에 700통 써온 전태웅씨 부부

"지난 5월 26일은 네가 우리집의 새 식구로 태어나 가족이 된 날이었다. 엄마는 네 앞에 미역국과 반찬을 차려놓고 네 조카 다해는 엎드려 절하면서 "삼촌 맛있게 잡수세요. 친구들도 같이 오세요"라고 했지. 네 엄마는 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경북 경산에서 온 전태웅(72)씨는 20년 전 이곳에 안장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고이 접어 "하늘나라 우체통"〈본지 2일자 A1·A2면〉에 넣었다. 하늘색 날개를 단 5m 높이 우체통이 맞은 첫 번째 편지였다.

1991년 10월, 당시 울산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던 전씨는 아들 전새한(당시 21세) 이병이 근무 중이던 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군 생활 중 사고를 당해 군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이병은 투병 55일 만에 숨졌고 이듬해인 1992년 2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들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아버지 전씨의 가슴속에는 미안함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1남 2녀 중 종손이라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생이 됐을 때 술도 마시지 못하게 하고 담배도 피우지 못하게 했지요. 귀가 시간도 밤 10시로 정했어요.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더라도 품에 안겨올지 두려웠습니다."

전씨는 밤낮없이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 서너 달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가 "비관하지만 말고 아이를 외국에 유학 보낸 셈치고 편지를 쓰자"고 했다. 그때부터 전씨 부부의 편지 쓰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첫 2~3년간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내용, 아들을 숨지게 한 군부대에 대한 원망만 편지에 가득했다고 한다.

부부는 종교를 가지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시작했고, 편지 내용도 "누이가 시집간 일" "조카가 생긴 일" 등 일상을 전하는 내용으로 점차 바뀌었다. 전씨는 "아들과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 번씩 연락해 오는데, 이를 편지로 적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전씨 부부와 두 딸 등 가족 모두는 최근까지 전 이병 앞으로 한 달에 5~6통씩 편지를 써 대전현충원으로 보냈고, 700여통이나 되는 이 편지들은 대전현충원에 보관돼 있다.

아버지 전씨는 최근 10년간 봉사활동에 힘써 왔다.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다시 만날 때 바르게 살다 왔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라 했다. 전씨는 노인상담사 교육을 받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대구사회복지관과 성당에 나가 독거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노인환자를 돌봐줬다. 지역 복지관의 차량 도시락서비스에 자원봉사자로도 참가했다. 그가 만 65세 되던 2005년엔 헌혈 횟수만 112회에 이르러 대구적십자혈액원 등이 "헌혈 정년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아들이 병상에 누워 있을 때 피가 필요한 환자들을 보면서 헌혈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사후 장기기증도 약속했다.

전씨 부부는 오는 6일 현충일에도 아들에게 편지를 써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을 계획이다. 전씨는 "하늘나라에서 지켜보는 아들을 생각해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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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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