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묘지를 쓰지 말고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어라.” 이 말을 남긴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고 민병갈(미국명 칼 밀러·당시 81세) 박사(사진)가 2002년 4월 세상을 떠난 지 꼭 10년 만에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천리포수목원은 8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현지에서 고인의 수목장(樹木葬)을 엄수했다. 수목장 장소는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밀러가든 내 태산목 바로 밑. 그의 분골(粉骨)은 높이 20cm, 지름 15cm 크기의 한지 분골함에 담긴 채 평소 아끼던 나무 밑에 묻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인 그는 1945년, 25세의 나이에 해군 중위로 한국에 온 뒤 모래언덕인 수목원 일대를 사들여 40여 년간 나무를 심었다. 1979년 ‘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 그는 2002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전 재산을 들여 수목원을 조성했다. 현재 이곳 54만 m²(약 16만3636평)에는 400여 종의 목련과 370여 종의 호랑가시류를 비롯해 1만3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조연환 천리포수목원장(전 산림청장)은 “막상 민 박사가 세상을 뜨자 그를 추모하던 사람들이 수목원 내 양지바른 곳에 묘지를 썼다”며 “이제야 그를 나무 곁으로 돌려보내 드린다”고 말했다. 수목장 행사에는 변우혁 사단법인 수목장실천회 이사장,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을 비롯해 미국에서 거주하는 고인의 조카 앨버트 밀러 씨 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