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시각에 따라 엄청 다른 사건의 의미 ▶경찰 출신 장례식장 업주, 32개월간 846차례 정보 빼내 ▶서울 영등포구의 A장례식장에는 이상하게 교통사고나 자살 등으로 숨진 변사(變死) 시신이 많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달 초 이 장례식장의 "영업 비밀"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관들이 뒷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시신을 넘겨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사 결과 변사 시신을 둘러싸고 경찰관, 소방관, 병원 직원, 상조회사와 장례업체 직원, 장례식장 업주가 뒷돈과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며 얽히고설켜 공생하고 있는 비리가 통째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하이에나처럼 변사자의 시신에 달려들어 유족들이 지불하는 장례비용을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장례식장 업주 이모(54·구속기소)씨가 건네는 뒷돈에 맛을 들인 경찰관들은 변사자가 생기면 정보를 넘겼다. 시신 1구당 20만원이 공정 가격으로 통했다. 적발된 경찰관 11명 가운데 7명은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19로 접수되는 변사 사건을 이씨에게 알려준 소방관 2명도 적발됐다. 상조회사나 병원 직원 250명이 2009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846차례에 걸쳐 이씨에게 "변사 시신이 있다"고 알려주고 사례비로 20만~30만원을 받았다. |
검찰에 따르면 뇌물 사건에 연루돼 1997년 옷을 벗은 전직 경찰관 이씨는 2003년부터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변사 시신 영업"을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출신인 이씨는 지구대와 119상황실에 변사 발생 정보가 가장 먼저 접수된다는 것을 알고, 경찰과 소방서 회식 자리에 참석해 회식비를 대주는 등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변사 시신을 넘겨받고 경찰관 등에게 제공한 뒷돈은 결국 유족들이 부담하는 장례비용에서 나왔다. 이씨는 유족들이 장례업체에 조화(弔花), 운구차량, 상복 등을 주문할 때마다 장례업체로부터 20%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유족들이 낸 상복 대여비 6만원 가운데 3만5000원을 이씨가 업체로부터 돌려받는 식이었다. 30만원짜리 조화를 주문하면 9만원, 55만원인 유골함 관련 비용의 경우는 24만5000원, 7만원짜리 영정 사진은 2만원이 이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경찰은 검찰보다 앞서 지난 4월 A장례식장 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감찰을 벌였지만, 수박 겉핥기식 조사에 그쳐 스스로 비리 사슬을 풀어낼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감사관실은 "억울하다"는 이씨와 경찰관들의 진술만 듣고 "혐의가 없다"며 내사를 종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찰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서울청 청문감사관을 징계하고 대기 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