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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한국서 부활한 몽골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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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회생 어렵다" 진단… 몽골 아버지 장기기증 결심
▶지난 1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3가 시립화장장. 몽골 청년 알탕바타르(19)군이 재가 돼 채 식지 않은 누나 알탕졸(24·전주대 대학원)씨 유골을 건네받으며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는 3년여 만에 누나를 만나 함께 공부하기 위해 지난 17일 몽골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입국을 위한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그는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겨 지난 10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하나뿐인 누나가 물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에서 만난 누나는 의식이 없었다. 누나는 하루 전 몽골 유학생 친구 5명과 대천해수욕장에 갔다가 깊은 물에 빠져 뇌사 상태였다. 초원만 보며 자란 누나는 늘 바다를 신기해했다.

병원의 누나는 깨어나지 못하고 갈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11일 한국에 온 삼촌(33)과 함께 누나를 돌보며 울란바토르의 아버지와 수시로 국제 통화를 했다. 의료진은 지난 14일 회생이 어렵다는 진단과 함께 화장을 하기 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 엔지니어로 일찍 아내를 잃고 남매를 키운 아버지(46)는 망설임 끝에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알탕바타르군의 이모와 돌아가신 할머니는 의사였다.

 

누나의 장기는 18~19일 원광대병원에서 적출됐다. 간장과 신장, 각막이 두 사람씩에게 이식돼 6명에게 빛과 생명을 줬다. 알탕바타르군은 "한국인은 몽골반점을 함께 지닌 형제 민족이기도 하지만 누나가 다른 사람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하자는 게 온 가족의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누나는 울란바토르 사립대에서 3학년을 마치고 2008년 장학금을 받아 전주대 생산디자인공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지금은 대학원 3학기째로, 몽골에 돌아가 이 분야 새 산업을 이끌거나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누나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생활비를 충당하며 남은 돈을 동생과 아버지에게 부쳐주기도 했다. 누나는 "한국에는 배움의 기회가 많다"며 동생의 유학도 주선했다.

몽골인 동료 유학생과 대학원 급우들은 "알탕졸은 정이 많고 자상해 친구가 많았다"고 했다. 뜻이 아리송한 한국어가 나오면 꼭 사전을 찾을 정도로 꼼꼼했고, 후배 유학생에게 통장을 만들어주려고 먼저 자기 계좌를 개설한 뒤 그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친구와 급우들은 몽골에서처럼 그를 "졸라"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수시로 책과 노트를 빌렸다. 동료 유학생 작드수렝(24)씨는 "몽골에서 장기 이식은 흔치 않지만, 졸라가 의식이 남아 있었어도 장기 이식을 결정했을 것"이라 했다.

"어릴 적 엄마가 세상을 떠나 제게는 엄마처럼 모든 것을 준 누나였어요. 누나가 떠난 게 믿기지 않지만 한국에서 새 생명으로 되살아났다고 생각하니 작은 위안이 됩니다."

알탕바타르군은 어려운 처지에도 돈을 모아 한국행 항공기 탑승권을 구해주고 교대로 병실을 지켜준 몽골 유학생 형과 누나, 그리고 전주대 교직원과 학생들이 고맙다고 했다. 전주대는 19~20일 학생회관에 빈소를 마련, 알탕바타르군과 삼촌을 위로했다. 알탕바타르군은 "누나 유골을 안고 돌아갔다가 한국에 다시 와 누나가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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