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60명이 인체 카데바(해부를 위해 방부 처리한 시신) 1구로 실습합니다. 제대로 실습이 되겠습니까?" 지난 14일 오후 1시 경희대 한의대 본과 1학년 학생 100여명이 조인원 총장의 집무실 앞 복도에서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의대는 10명이서 인체 카데바 1구로 해부학 실습을 하는데, 한의대생들은 60명이 달라붙어 실습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해부학 실습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카데바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1시간 동안 시위한 뒤 해산했다. 한의대생들은 해부학 실습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동물 카데바와 달리 인체 카데바는 구매가 불가능해 학교에서 개인이나 기관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아야 한다. 의대를 둔 대학은 대개 대학병원을 통해 기증받고 있다. 서울 시내 의대는 해부학 실습 과목에 학생 4∼5명당 인체 카데바 1구 수준이어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경희대 의대도 지난해 10명당 인체 카데바 1구를 배정받아 해부학 실습을 했다. 그러나 이 학교 한의대생들은 지난해 해부학 실습을 인체 카데바 2구만으로 진행했다.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해부학 수강생이 연간 120명 선이어서 60명이 인체 카데바 1구로 실습을 진행한 셈이다. 올해는 그마저도 배정받지 못했다. 경희대는 올해 확보한 인체 카데바 6구를 모두 의대에 배정했다. 한의대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한의대생은 "의대와 차별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한의대생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했다. 학교 측은 한의대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지난 14일 오전 한의대에 인체 카데바 2구를 추가 배정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의대생들은 "의대에 배정했던 인체 카데바를 한의대로 배정하는 "돌려막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