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가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 법정 환자 본인부담금은 보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민영의보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방안을 24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손형 민영의보에 가입한 고객은 첨단의료기술 등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만 보장받을 수 있을 뿐이며 본인 부담분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이날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간의 역할설정’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민영의보 가입자 보호 차원에서 보험상품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보험사의 보험상품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인 건강정보를 제외한 건강보험공단의 기초통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이 비급여 부문에 대해 가격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이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작업에 들어간다는 예정이지만 실손형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정해 단계별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계획에 보험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민영의보 활성화를 위해 보장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8월부터 민영의보의 개인 판매가 허용되긴 했지만 수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아직까지 보험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현재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의료비용은 급여와 비급여 부문으로 나뉘며 이중 급여부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65%가량을 보장하고 있다. 나머지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고가 의료장비 이용료 등) 부문은 환자가 내고 있다.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은 진단이나 입원할 때 사전 약정금액을 지급하는 기존 정액형과는 달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질병이나 특진 등에 대해 실제 의료비 전부를 보장하는 보험을 말한다. --------------------------------------------------------------------------------- 의료연대회의] 의료급여 제도혁신 국민보고서에 대한 성명 가난한 수급자에게 제도의 책임을 지우는 재정절감 방안 복지부장관은 국민복지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지난 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급여제도혁신 국민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장관은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특히 수급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자극적인 사례들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또한 문제점 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을 약속하고 몇 가지 제도혁신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의료연대회의는 재정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잘못된 진단과 정책이 의료급여제도의 기본 취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의료급여제도의 문제점 - 3000000 그리고 30-50% 2005년 현재 의료급여 대상자수는 약 176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3.6%에 해당된다. 그러나 수급에서 제외되고 있는 건강보험체납자, 이주노동자, 행려자 등 빈곤층의 건강보장의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의료급여제도 혁신이라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300만 명의 차상위 빈곤층에 대한 문제제기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의료급여제도는 대상자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와 함께 비급여 등으로 인한 본인부담이 너무 커서 의료 접근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도 해결하여야 한다.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무상의료"의 실상은 장관도 알고 있듯 의료급여대상자 1종에 한하여 법정 본인부담을 면제해 주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입원 부문에서 의료급여 1종은 약 30%, 2종은 40-50%의 본인부담을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2005년 "의료급여 수급권자 의료비 지출실태 연구결과"(이하 2005년 복지부자료)에 의하면 직접진료비용 중 본인부담비용이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의료급여 대상자가 노인인구 비중이 높고, 이환된 상병의 중증도도 상대적으로 높으며 고액이 소요되는 중질환에 걸린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본인부담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진료가 많기 때문이다.(2005년 복지부) 또한 진료·조제거부, 입원보증금·연대보증인 요구, 진료과정상의 차별,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비인권적 치료 및 보호 환경 등 각종 차별과 비인권문제 등 의료급여제도의 현재의 모습이다. 내원일수와 입원일수의 증가, 그리고 내원일당 진료비 증가의 원인이 진정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인가? 장관은 보고서에서 의료급여 예산 증가를 걱정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내원일수와 입원일수의 증가, 그리고 내원일당 진료비 증가"에서 찾고 그 책임을 수급자에게 지우고 있다. 2005년 복지부자료에 의하면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재원일수는 의료급여 2종은 건강보험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1종은 1.7배 정도 다소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 비율의 차이, 복합중복상병 정도 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까지 고려하면 입원일수에 있어서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한 연령별 의료이용 비교에서 백혈병 등 중증질환이 많은 18세 미만 의료급여 1종이 건강보험에 비하여 총진료비가 현저히 높았다. 더구나 65세 이상 노인은 건강보험과 비교하여 입원일수가 더 긴 반면 총진료비는 거의 차이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과소진료 경향을 우려하였다. 또한 보고서의 "<표3> 다빈도 의료기관 이용자 상위 100인의 급여내용 특성"에서 보듯 급여대상자 1인당 질환 수는 무려 15 - 16.8개에 이른다. 최근의 의료급여 진료비의 증가는 대상자 수의 증가와 노령화가 주원인이다. 또한 진료비의 낭비는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공급체계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급자가 아닌 정부와 비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주원인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관이 의료급여 예산의 증가의 문제를 의료급여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진단하고, 사례를 들어 국민에게 심각하게 설명하였지만, 의료급여수급자는 오히려 낮은 보장성과 낮은 질의 서비스를 감내해 왔던 피해자다. 또한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를 책임지는 주무장관이 의료보장을 국가의 기본적 기능으로 제도의 완결을 꾀하기보다 재정절감만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하려함은 본연의 책임을 망각한 행동이다. 이미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법적으로 이미 급여일수 제한 및 사전 승인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관이 고백하듯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보시스템 결여, 엄정하지 못한 공급자 관리, 수급자 사례관리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부의 문제를 제도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석한 잘못된 정책대안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한다. 본인부담금제 도입과 지정병원 제도는 의료급여제도의 원칙을 훼손하고 차별을 가하는 정책이다. 앞에서 건강보험과의 비교에서도 보았듯 자력으로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3%의 가난한 수급자는 이미 지나칠 정도의 의료비 부담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안전망으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의료급여정책의 기본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환자의 부담을 높이는 것으로는 총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데 거의 효과가 없으며 수진환자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2005년 아사히 신문) 또 주치의제도, 공공의료인프라 확충,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강화 관련해서는 함께 대안을 고민할 수 있으나, 만약 취약계층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정절감만을 목적으로 추진한다면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의료급여"사업의 성과"를 내고 싶다면 관리체계 일부를 강화하여 일부의 재정 절감 효과를 보려는 근시안적인 정책안에서 벗어나, 지불보상제도 개편, 의료서비스인프라 확충, 안정적인 재원조달 및 운영 방식에 대한 의료체계 전반의 구조개혁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 날로 심화하는 사회양극화 속에 우리 사회는 삶의 마지막 보루인 건강안전망마저 작동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의 요구 1. 재정절감만을 목적으로 의료수급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의료급여정책을 전면 폐기하라! 2. 수급대상자 및 보장성 확대를 포함한 의료급여제도 전반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수립하라!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