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확산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을 당한 상주들이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매장 대신 화장을 하기로 결정하는 등 구제역이 장례문화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어머니를 여읜 유모(50.인제)씨는 소 80여마리를 사육중인 축산인으로, 평소 계획대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친의 선영에 함께 모친을 모실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영이 축사와 인접해 조문객이 출입할 경우 구제역 방역에 자칫 영향을 줄 수 있는 처지에 놓이자 유씨는 모친을 화장키로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유씨는 모친을 지난 2일 화장 후 납골당에 모셨다가 추후 구제역이 종식되면 부친의 묘소에 합장하기로 했다. 유씨는 "구제역으로 어려움을 겪을 아들의 모습에 어머니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며 "추후 구제역이 종식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날 좋은날 부친의 묘소에 함께 모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5일에도 횡성에서 모친상을 당한 상주가 애초 어머니를 선영으로 모실 계획이었으나 구제역 발생으로 마을 곳곳이 진입로를 통제하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는 등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회의를 열어 화장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은 장례로 많은 사람이 오가며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고향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주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어도 평생을 살아오신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식들과 같으셨을 것"이라며 "구제역이 하루빨리 종식돼 횡성 한우 사육농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의 고충이 해소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