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이 입적한 지 49일째를 맞는 28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막재(終齋)가 봉행됐다.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는 가운데 열린 법정대종사 49재 봉행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신도와 사찰 스님 등이 대웅전 앞마당 등 경내 전역을 꽉 메운 채 엄숙히 진행됐다. 또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한화갑 평민당 대표, 박주선 최고의원, 서갑원 국회의원, 김경재·박석무전의원, 장만채 순천대 총장, 양복완 순천부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11일 원적한 법정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불교전통에 따라 매주 수요일 봉행된 49재는 이날 오전 11시 스님의 출가 사찰인 송광사에서 막재로 마무리되면서 스님의 참뜻도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대지로 스몄다. 막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포교원장 혜총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 법정 스님의 상좌스님, 문도스님, 신도 등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어장인 원명 스님이 집전했다. 한줄기 향과 한잔의 차로 중생의 곁을 터난 스님에 대한 공양으로 막재가 시작됐다. 조계총림 방장인 범일보성 스님과 법정 스님 문도의 헌향과 함께 지관 스님, 도연법흥 스님, 대응원명 스님, 석림현호 스님 등이 차 공양을 올렸다. 이어 법정 스님의 생전법문이 영상을 통해 방영되자 불자들은 "석가모니불"을 외며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새기기도 했으며, 몇몇 신자들은 눈시울을 훔치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영상에서 "마음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있는 마음을 잘 쓰는 것이 이 세상의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평소 육성을 통해 말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영상이 끝나자 곧바로 목탁 소리에 맞춘 사부대중의 삼배와 지관 스님의 법문이 진행됐다. 지관 스님은 법문을 통해 "일상의 먹고 입고 또 거처하고 하는 것은 검소·소박하고 단순하게 하면서 이웃과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 무소유의 삶"이라고 말했다. 길상사 합창단은 법정스님이 평소 좋아하던 나옹선사의 시 "청산은 나를 보고"에 곡을 붙인 "청산은 나를 보고"와 "빛으로 돌아오소서"를 고운 목소리로 합창하며 법정을 기렸다. "봉선화 스님"에 작곡과 연주를 넣었던 작곡가 노영심씨가 봉선화 스님의 사진 원본집을 영전에 헌정한 뒤 종단을 대표한 자승 스님의 꽃공양과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의 인사말, 천안함 46명의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법정대종사 49재는 끝을 맺었다. 영조스님은 "스님은 평소 무소유를 말씀하시고 그 말씀처럼 향기롭게 살다 가셨다”며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광사를 찾은 신도들은 입구에서 15~2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일암을 향해 생전 스님의 흔적을 직접 찾기도 했다. 경남 거제시에서 온 근순옥씨(56·여)는 “4명의 가족들과 함께 법정 스님의 49재를 봉행키 위해 왔지만, 먼저 10여년을 기거했던 불일암을 찾아 스님의 극랑왕생을 빌었다"고 말했다. 한편 송광사는 49재가 마무리된 뒤 오후 1시께 다비식에서 수습된 유골의 쇄골을 거쳐 법정 스님이 기거하던 불일암 후박나무 밑에 수목장 형태의 산골의식을 거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