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신라를 떠나 중국 당나라에 정착한 재당(在唐) 신라인의 묘지명(墓誌銘)이 공개됐다. 한국고대사 전공인 경북대 이영호 교수는 최근 발간된 신라사학회 기관지인 ‘신라사학보’ 17집에 기고한 ‘재당 신라인 김씨 묘지명 검토’라는 논문에서 당나라 때 수도인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 소재 저명한 고대 금석문 박물관인 시안비림박물관(西安碑林博物館)에 소장된 재당 신라여성 청하현군(淸河縣君) 김씨의 생애를 기록한 묘지명을 공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비림박물관이 입수한 이 묘지명은 ‘대당고김씨묘지지명(大唐故金氏墓誌之銘)’이라는 글자를 전서체(篆書體)로 적은 덮개돌인 개석(蓋石)과 고인의 행적을 기록한 묘지명 본문인 묘지석(墓誌石)을 모두 갖추었다. 덮개돌은 높이와 너비 모두 각 40㎝로 정사각형이며, 묘지석(높이 39㎝, 너비 38.5㎝)에는 가로 20행, 각행 20자씩 들어갈 구획을 치고 해서체(楷書體)로 모두 354글자를 새겼다. 묘지석은 앞머리에 ‘당 고 청하현군 김씨 묘지명 병서(唐故淸河縣君金氏墓誌幷序)’라는 제목을 적은 다음, 묘지명을 쓴 사람과 고인의 가계(家系), 고인에 대한 예찬, 그의 죽음과 이장, 고인에 대한 애도, 명문(銘文·묘지명을 총괄한 운문), 묘지명 작성 일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묘지명은 그 주인공인 김씨가 “청하(淸河) 사람으로, 선조는 삼한(三韓)의 귀윤(貴胤·귀한 자손)이며 아버지는 태복경(太僕卿)으로 역임하고 연주도독에 추증됐다”고 하면서, 이런 선조를 둔 부인이 “대리정(大理正) 벼슬에 있는 농서 출신 이씨에게 시집와 아들과 딸 각 한 명을 두었으며 대를 이을 아들은 홍문관 진사(弘文館進士)를 역임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재당 신라인 묘지는 이전까지 2점밖에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당에 귀화한 신라인과 그 후손이 당의 사회에서 살아간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묘지명은 자못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