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소말리아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 3진 충무공 이순신함에 승선 중인 이환욱(21·부사관220기) 하사의 부친 이성우(51)씨가 췌장암 투병 중 끝내 지난 13일 숨을 거두었다는 비보였다. 지난 18년간 해군 정비창 군무원으로 함포 등 해군무기체계를 정비해온 이씨는 작년 7월 휴직을 한 뒤 병마와 힘겹게 싸워 왔다. 통신문을 받아든 이 하사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죽음보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아버지가 남긴 유언이었다. 유언을 전해 듣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 이씨가 사망 직전 “청해부대원으로 해외파병 중인 환욱이는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이니 사망 소식을 알리지 말고, 행여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기 때문. 여기에 숨을 거두기 전 오히려 아들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전달됐다. 어머니 강영자씨가 부대에 남편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유언대로 아들에게는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부대에서 “도리가 아니다”며 이 하사에게 전문과 동영상을 보낸 것. 이씨는 3분짜리 동영상에서 “소말리아 해역을 지켜 대한민국의 힘을 만방에 보여 달라. 자랑스럽다, 내아들.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이순신함에서 함께 영상을 함께 지켜본 동료들도 펑펑 울음을 터트렸고, 김명성 청해부대장(대령)은 이 하사에게 즉각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하사는 부대장보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었다. 그는 “장남으로서 장례식에 가는 게 마땅한 도리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유언을 지키는 것이 더 큰 효도이며 군인의 길이라 생각한다”며 “내년 봄 정상적인 임무교대 시까지 귀국하지 않겠다”고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