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렌씨는 이곳에 심은 나무를 보름 전 뿌리째 도둑맞았다. 4년간 신장암을 앓다가 지난 3월 숨을 거둔 어머니를 추억하기 위해 심은 동백나무였다. 그는 "미리 캐나다로 가 임종하고 장례도 치렀지만 생신(10월 24일)이 다가오자 생전 해 드린 게 없다는 생각에 점점 가슴이 아렸다"고 했다. 마침 캐나다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정원에 어머니를 기리는 나무를 심으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그도 근처 화훼단지를 찾아 나무 한 그루를 샀다. 주인은 ""해풍에 실어 보내는 남국(南國)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며 동백나무를 권했다. 어머니 생신날 어린 동백나무를 안고 정발산공원으로 간 그는 주변에 작은 오솔길이 나 있는 평평한 잔디밭에 나무를 심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찾아가 물을 주고 곁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나눴다. 하지만 지난 1일 열흘간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나무가 사라지고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나무를 못 봤느냐고 물었지만 다들 고개만 저었다. 구청과 공원사무소에서도 "인위적으로 나무를 옮긴 적은 없다"고 했다. 어머니 혼을 잃어버린 것 같아 한동안 망연자실했다는 그는 "누군가 이 사실을 모른 채 키우기 위해 가져간 것 같은데 좋은 곳에서 잘 자라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일 것 같지만, 잘 살아 있는지 그저 보기만이라도 하고 싶다"며 "꼭 연락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