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고려시대 조운(漕運·지방에서 거둔 조세 현물을 중앙으로 이송하던 제도)의 실체를 밝혀주는 자료가 발견됐다. 지난 6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마도1호선’(제2태안선)은 수도 개경(개성)의 관직자에게 호남지방의 토지에서 나온 곡물 등을 실어 나르던 운반선임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4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선체 안팎에서 발굴한 수중유물을 공개했다. 그중 죽간(竹簡)과 목간(木簡) 64점에는 화물의 선적일자로 보이는 정묘(丁卯) 10월, 12월 28일, 무진(戊辰) 정월, 2월 19일 등의 간지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또 ‘대장군 김순영 댁에 토지에서 나온 벼 1섬을 올린다(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는 글씨가 적힌 죽간 화물표도 6점이 나왔다. 목포대 사학과 최영식 교수는 “최충헌 무신집권기의 인물인 김순영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군사 쿠데타를 막아준 공로로 1199년 대장군으로 승진했다”며 “1199년 이후의 정묘·무진년은 각각 1207년과 1208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마도1호선은 1208년 2월 19일 이후 출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해저 뻘 아래에 묻혀 8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흙 속에 묻혔다가 바닷물에 노출되길 반복하면 유물의 손상이 심해지지만, 묻힌 상태면 해류와 미생물의 공격을 받지 않아 오랜 시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죽간에 쓰인 묵서(墨書·먹으로 쓴 글)가 선명하게 남은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청자상감표형주자도 1점 발굴됐다. 고려청자 중 제작연대가 분명한 최초의 유물인 데다 승반(받침접시)과 투각받침대가 세트로 출토돼 더욱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