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재갑 전 LG석유화학 회장의 장례식장인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는 밤늦게까지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40년을 LG에 몸담으며 그룹의 든든한 한 축이 된, LG화학의 오늘을 만든 고인을 기리는 직원들의 슬픔은 여느 그룹 총수의 장례식장 이상이었다. 이런 직원들의 마음이 담긴 걸까. 성 전 회장의 장례식은 ‘LG화학 회사장’으로 치러졌다. 60여년 LG화학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LG그룹 내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오너도 아니고, 현직 임원도 아닌 전직 전문경영인의 장례식이 회사장으로 거행되는 것은 우리나라 재계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뜻깊은 일이다. 성 회장은 ‘화학강국이 미래강국’이라는 신념이 남달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화학이 강한 나라가 미래의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 2005년 퇴임까지 42년이란 긴 시간을 지금의 LG화학을 만드는 데 헌신했다. 성 회장의 이런 신념은 LG화학을 넘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를 화학 일류국가로 만드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현직 은퇴 후 그가 만든 한국화학산업연합회는 500여 화학 관련 유관단체를 하나로 묶으며, 업계가 유가 급등과 중국의 초저가 물량 공세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 지난 2007년에는 한국화학산업연합회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국제화학산업단체협의회(ICC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는 데에 성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조차도 가족장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그룹 문화에서 평직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으로 회사에 헌신했던 고인의 회사장은 직원 모두가 LG의 인화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