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샤먼, 동양 무속문화, 티베트 민속 생활자료, 총포 유물, 활 · 화살, 고대 장신구 등 그런 것들은 제가 수집 안했으면 제각기 흩어져 한 점 장식품에 불과했을 텐데, 제가 수집을 했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있는 중요 자료가 됐다고 생각해요.” 유물 · 민속자료 수집에 20년 이상 열정을 쏟아온 신영수(55세)씨. 30대부터 티베트와 실크로드, 중국 유물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서 이제는 민간박물관 2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포 · 섬유 · 차마고도 유물 등 분야별로 대여전시를 할 정도의 수준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신영수 관장은 2001년 티베트 박물관에 이어 2006년 실크로드 박물관을 설립했다. 티베트 박물관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정독도서관 부근 2층 건물에 1·2층 2개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티베트 박물관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실크로드 박물관은 종로구 삼청동 언덕배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선의 산수화 ‘인왕제색도’의 배경, 인왕산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4층 흰색 건물의 실크로드 박물관은 아래 3개 층이 전시관이고, 맨 위 4층은 휴게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 1월 22일 방문한 티베트 박물관에서는 ‘옴 마니 반메 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1층에 티베트 불교 유물 400여 점, 2층에 민속 유물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불교자료는 불상, 불화, 의식용 법구 등이다. 티베트의 장례풍습을 담은 ‘천장상’,그리고 신체의 일부를 이용한 북과 피리는 매우 특이하다. 어른 손가락 크기만 한 사람 모양의 금속 조각상, "천장상’은 팔과 다리가 잘려 있으며, 머리가 없고 내장이 꺼내져 있다. 독수리에게 장사지내는 조장 풍습을 여실히 볼 수 있다. 16살 남녀 두개골을 머리가죽으로 연결해 만든 북, 이 북소리는 하늘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두개골로 만든 차 사발, 허벅지 뼈로 만든 피리 ‘깔링’, 인골로 손잡이를 만든 휴대용 마니차(경통)도 이채롭다. 민속자료 중심의 2층에서는 라마승의 옷과 탈, 서민의 옷, 유목민의 화려한 장신구를 볼 수 있다. |
2층 실크로드 전시관에는 기원전 또는 서기 10세기 이전의 목제 유물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투르판에서 공문서와 함께 출토된 목제마차는 서기 3-4세기 것으로 추정되며,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관’에도 없는 희귀 유물이다. 돈황에서 출토된 기원전 1세기의 목제 인형, 청해성에서 출토된 서기 7-8세기의 목제 봉황도 있다. 실크로드 지역에는 강수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십 수세기가 흘러도 목제 유물의 보존상태가 원형에 가깝다. 또한, 2층에서는 실크로드에서 출토된 유리장식 5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 유리장식은 전국시대(기원전 475-서기 221년)에 최상류층에서 사용하던 귀중품이다. 뿐만 아니라 감숙성과 낙양에서 출토된 기원 전후의 다양한 토우를 볼 수 있다. 안양에서 출토된 기원전 16-11세기 상나라(은)의 ‘거북등껍질’, 도용으로 된 ‘기마인물상’도 눈길을 끈다. 3층 전시유물은 미처 살펴보지 못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신영수 관장의 수집벽은 고교시절부터 시작된다. 여행을 좋아해 시골에 버려져 있는 민속품들을 주워오고, 민속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불교 · 무속자료를 헐값에 사들였다. 이렇게 모은 한국 민속품들은 1985년 신씨가 개업한 ‘박물관 레스토랑’에 전시되었다. 레스토랑은 굉장히 잘 되었다. 이 무렵 신씨는 제주 진성기 민속박물관, 충북 온양 민속박물관을 돌아보고 “한국 민속품으론 이 사람들 흉내도 못 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부터 한국유물을 정리하고, 중국 것으로 바꾸게 된다. 중국 개방 전에는 홍콩 · 대만을 통해 조금씩 들여오고, 92년 중국 개방 이후 중국여행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한다. 1993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기로 티베트 유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네팔 · 인도까지 수집영역을 넓혀갔다. 지난해에도 ‘히말라야 샤머니즘’ 전시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실크로드, 인도, 태국 등지에 15번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
그래서 기증도 많이 했다. 200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로도스 청동기 유물 2,500점을 기증한다. 오로도스 청동기는 중국 북방 흉노문화 청동기로 우리나라 청동기문화와 밀접하다. 2008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우리나라 민속복식자료와 80년대 에로영화 포스터 등 근대사 자료 1,500점을 기증한다. 2008년 국립청주박물관에 인도 금속 문양 틀과 중국금속공예품 등 1,100여점을 기증하고, 지난해 말 국립중앙박물관에 인도 목제 문양 틀 500점을 추가로 기증했다. 신씨가 기증한 유물은 청주박물관의 ‘금속공예박물관’으로 특화사업과 국립대구박물관의 ‘섬유박물관’으로 특화사업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신영수 관장은 당초 북촌 일대에 작은 규모의 박물관 여러 개를 운영해 이 일대를 박물관 명소로 만드는 게 꿈이었다. 몇 개 운영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4-5년 전 인사동에 ‘아름다운 차 박물관’을 개관했지만 박물관 기능은 사라졌고, 2003년 북촌에 ‘성문화 박물관’을 열었지만 땅값이 올라 박물관 건물이 팔리면서 문을 닫게 된다. |
그러나 신 관장의 젊은 날의 열정이 담긴 유물들은 어느 때부턴가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티베트·실크로드 박물관 소장 유물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른 기관으로부터 기획 전시에 대여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인사동 갤러리에서 ‘히말라야 샤머니즘’, 올해 1월 포스코 미술관에서 ‘총포 유물전’, 오는 3월 숙대 박물관에서 ‘고대 섬유전’, 오는 6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 등의 전시회가 그 사례다. “앞으로는 전시 비즈니스를 계속 하고 싶어요.” 신영수 관장은 “제가 다시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전시할 개인이나,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활용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전라 · 경상 · 충청도에서 농기구 박물관을 경쟁적으로 만드는데 재미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문화를 소개해야 하는 만큼, 소장 유물을 자치단체에 장기 임대하거나 기증해 활용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여수와 대구에서 총포전 순회전시를 열고, 차마고도 유물의 지방방문전시를 열 계획이다. “돈은 안 되지만, 누구든 지금 수집에 나서더라도 저만큼 수집하지 못할 거예요.” 오랫동안 수집벽으로 유물에 대한 가치를 알아버린 신영수 관장. 그는 또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다. 그가 이번에는 어떤 진기한 유물을 우리 앞에 내놓을지 궁금하다. [노컷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