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안되면 적서(適庶)불문 장남이 우선권 아버지 유골을 둘러싼 이복형제 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본부인 소생의 장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무조건 장남을 제사 주재자로 보는 기존 판례를 버리고, 앞으로는 자손들이 협의해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최아무개(59)씨가 아버지 유골을 돌려 달라며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낸 유체인도 소송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3남3녀를 두었지만 본부인을 떠나 다른 사람과 살림을 차려 이복형제들을 낳았다. ‘새부인’의 자식들이 2006년 숨진 아버지를 공원묘지에 안장하자, 최씨는 “장남이 제사 주재자이므로 유골을 돌려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관 13명 가운데 다수의견(7명)은 “상속인들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제사를 승계하던 종래의 관습은 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오늘날의 가족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선 협의를 통해 제사 주재자를 정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이, 장남이 없으면 장손이, 아들이 없으면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복형제들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장남이 제사 주재자라고 판단했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은 종손이 제사 주재자라는 이전 판례와 별 차이가 없고 남녀 평등을 지향하는 의식 변화와도 맞지 않는다”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제사 주재자를 다수결로 결정(박시환·전수안 대법관)하거나 법원이 판단(김영란·김지형 대법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안대희·양창수 대법관은 “민법에 제사 주재자의 의미를 명확히하면 되지, 누가 주재자가 되는지를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최씨 아버지가 매장지를 유언으로 남겼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숨진 뒤에도 보장돼야 한다”는 등의 소수의견(4명)이 나왔다. 이번 사건은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 선고가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 ▶‘이복형제간 선친유해 소송’ 장남이 승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해를 서로 모시겠다며 이복형제끼리 벌여온 법정다툼에서 대법원이 본처 소생인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본처, 후처 구분 없이 장자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최모(59)씨가 이복형제 등을 상대로 낸 유체 인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본처와 3남3녀를 둔 최씨의 아버지는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1남2녀를 낳고 44년간 함께 살았다. 이후 최씨 아버지가 2006년 1월에 숨지자 최씨의 이복형제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경기도의 한 공원에 매장했다.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본처 소생 장남인 최씨는 고인을 선산에 모셔야 한다며 이복형제를 상대로 유체·유골의 인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법적 장남과 40년 가까이 아버지를 모신 이복동생 중에 고인의 유해를 모시는 등 제사 주재자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였다. 1·2심 재판부는 “유체·유골의 소유권은 민법 제1008조의 3에 준해 제사 주재자에게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손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가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이복형제들은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들은 “호주승계인이라 하더라도 수십년간 부자지간이 아닌 남남으로 살아온 최씨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마나 대법원은 “피고는 불법점유하고 있는 망인의 유체를 최씨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아버지 생전의 의사에 따라 유체를 매장했다고 할지라도 법률상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 정도로 관심을 모은 것으로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누가 가질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