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구름많음동두천 8.3℃
  • 구름많음강릉 9.8℃
  • 구름많음서울 11.5℃
  • 대전 10.6℃
  • 대구 10.9℃
  • 울산 11.2℃
  • 광주 13.3℃
  • 흐림부산 12.0℃
  • 흐림고창 12.8℃
  • 흐림제주 15.4℃
  • 구름많음강화 11.2℃
  • 흐림보은 10.4℃
  • 흐림금산 10.6℃
  • 흐림강진군 14.1℃
  • 흐림경주시 10.6℃
  • 흐림거제 12.1℃
기상청 제공

700년전 중국 CSI 요원 판관

▶남송시대 판결문 "명공서판 청명집" 완역본 출간
▶장례식장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죽은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유산 상속권을 내세운다. 요즘 같으면야 DNA 검사로 단칼에 그 시비를 가릴 수 있겠지만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이런 광경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아주 오랜 옛날에도 있었다. 남송시대 어떤 고을에 사는 한씨 성의 남자가 근무지에서 죽었다. 이에 그의 유가족이 관을 운구해 집에 돌아왔더니 난장판이 벌어졌다. 동삼팔(董三八)이라는 사람과 그 일당이 칼을 휘두르며 들이닥쳐 대문과 담장을 부수면서 "나 동삼팔은 한씨의 아들이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의 얘기인즉, 동삼팔의 어머니는 한씨의 여종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기 전에 한씨와 관계해 아들을 낳았고 그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안을 접한 재판관(지방장관)은 요즘의 CSI(범죄과학수사대)의 그것을 방불하는 치밀한 조사를 벌인 결과 동삼팔의 주장이 허위라고 판결한다.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아 우스꽝스런 대목도 있다. 즉, 한씨는 "경학(經學)에 통달한 명사로서 만년에는 과거에도 급제했으므로 이의(理義.사리)에 밝고 세파도 실컷 겪은 사람이니 그런 그가 어찌 애첩의 자식이란 존재가 뱀의 배에서 나온 용과 같은 것임을 모르겠는가"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공부도 많이 하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어찌 자기 핏줄을 생전에 알아보지 못했겠냐는 것이다. 돈에 환장해 친족끼리 소송을 벌이는 일은 당시에도 많았다. 조카가 다른 집에 양자로 간 숙부와 토지분쟁을 벌였는가 하면, 부모를 버린 친자식과 그런 부모를 모신 사위 사이에 벌어진 재산분쟁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은 사위 손을 들어주었다.

요즘처럼 확실한 측량기술이 없던 당시에는 토지 경계 다툼도 많았다. 묘지 확보와 밀접한 산송(山訟) 또한 같은 맥락에서 비일비재했다. 정확한 출판시점을 알 수 없지만, 남송시대 이종(理宗) 황제의 경정(景定) 신유(辛酉.1261)에 쓴 서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이 무렵에 완성됐다고 생각되는 "명공서판청명집"(名公書判淸明集)을 보면 700여 년 전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약칭 "청명집"인 이 문헌은 제목처럼 당시 이름 난 관리들이 지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겪은 소송 사건을 처리한 판결 원안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특히 높게 평가된다. 이에 수록, 정리된 소송이 일어난 시대가 TV 드라마 제목이자 그 주인공으로 한때 인구에 회자된 실존인물 "포청천"이 활약하던 그 시대라는 사실 또한 기억할 만하다.

청명집은 그 유래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3년 이전에는 그 유일한 판본은 중국 본토가 아닌 일본의 중국 장서로 유명한 세이카도문고(靜嘉堂文庫)에 소장된 송나라 때 판본이 전할 뿐이었다. 이 송대 판본은 따로 권(卷)을 나누지 않은 까닭에 그것이 청명집 원래의 모습에 가깝다는 정도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80년대에 접어들어 중국에서 베이징도서관과 상하이도서관에서 잇따라 그 명대 판본이 발견됨으로써 기존 송판본은 원래 14권으로 구성된 청명집 전체 중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며 상속과 재산 분쟁에 관한 사항을 정리한 "호혼문"(戶婚門)만을 따로 떼어낸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원전이 모두 한문이라는 점 외에도 전문용어가 특히 많아 난해한 고전으로 알려진 이 "청명집" 중 가장 중요한 "호혼문"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중 하나로 최근 완역됐다.

역주는 마침 이를 주된 텍스트로 삼아 중국사회사와 법제사를 공부하는 박영철 군산대 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 시대를 대하면서 조심할 대목은 당시 지방관은 행정, 특히 경찰 업무와 사법을 겸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청명집은 단순히 판결문에 그치지 않고 사건조서이기도 하다. 소명출판. 478쪽. 3만원.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