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없는 치료 고통 대신 "품위있는 末年" 선택 늘어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병을 앓는 고령의 노인들이 고통스런 치료를 받는 대신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며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 운동이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뉴햄프셔 주에 있는 켄달 실버타운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있다. NYT는 최근 켄달 실버타운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찰리 기그(Gieg·86)의 사례를 소개했다. 심장질환과 소화기장애, 초기 노인성 치매를 앓던 기그는 "인후암 징후가 있다"는 의사들의 말을 듣고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했다. 병원에선 그에게 생체조직검사, 마취,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을 권했다. 마취를 하면 치매가 더 악화될 수 있고, 수술로 목소리를 잃을 가능성도 높았다. 아내 에디(Edie·85)와 다정한 대화는커녕 얼굴조차 못 알아보게 될 수도 있는 상황. 결국 그는 극단적 치료에 매달리는 대신,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슬로 메디신의 길을 택했다. 미국 내에서 심부전증 등으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80~90대 노인 가운데 한 달 이상 생존한 사람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살아남더라도 기계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갑자기 닥치기 전에, 비참한 삶 대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켄달에 사는 노인들은 입소 전에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선택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평균 연령 84세인 400여명의 켄달 거주 노인 중 단 1명을 뺀 전원이 CPR 시술을 거부한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수잔 브라이언(Bryan)의 만성 심장병을 앓던 아버지(88)도 수술 대신 슬로 메디신의 길을 선택했다. 수잔은 NYT에 "켄달의 의료진은 아기 젖을 떼듯 느리게 약을 줄였고, 아버지는 매우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원했고, 원했던 것을 가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