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죽음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다소 지루하고 난해한 "인생수업"이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였다.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어서면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되고 그 연장선에서 죽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인생수업의 상업적 성공은 시대를 잘 만난 덕이 일정 부분있는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관련 서적 중에 가장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책을 꼽으라면 메리 로취 의 "Stiff"와 셔윈 B. 뉴랜드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정도였다. 이 책들은 독자들의 홍미를 끌만한 소재와 전개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어 주는 미덕을 지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출판 된 책들은 지나치게 교과서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교훈을 주는데 치중한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서기 힘든 부분이 많았었다. 최근에 출간 된 "살아 있는 날의 선택"은 지금까지 죽음을 다룬 출판물 중에서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쉽고 즐거운(?) 책이다. 죽음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면서도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지닌 사건이다. 이런 죽음의 특징 때문에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글을 쓰기가 상당히 어려운 주제가 죽임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적절한 유머와 다양한 비유를 통해서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멀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던 죽음이 이 책을 통해서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서는 느낌이다.아쉬운 것들은 첫째, 죽음과 종교의 연관성이나 죽음 앞에서 종교의 역할을 조금 소홀하게 다룬것 같다. 둘째, 이 책에 제시했던 다양한 Will-Paper들은 단순한 번역문 대신 한국의 상황과 정서에 맞게 고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셋째, 품위있는 죽음만이 아니라 품위있는 죽음 이후, 예를들면 시신을 어떤식으로 처리할지, 장례형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이야기들 까지 다루었으면 좋지 않을까? 죽음에 관해서 학문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이나 일반독자 구별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 나온건 아주 기분 좋은 징조같다. 이런 출판물들이 많이 나오고 많이 읽힐수록 죽음을 둘러싼 오해가 풀릴 것이고 죽음을 제대로 직면 할수 있을것이다. 최호선 - 대구공업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