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로 새삼스레 RFID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국보 1호를 잃는 광경을 지켜봤던 업계는 RFID의 유용성에 다시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RFID를 이용한 경보시스템, 센서를 활용한 화재감시시스템을 갖춰 놓았더라면 최소한 전소만큼은 막았을거란 주장이다. RFID를 유물관리 적용, 효과를 거둔 곳이 있다. 지난 2007년 12월, RFID 기반 유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한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주인공이다. ◇국립박물관 최초 RFID 적용=국립고궁박물관이 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당시 궁중유물전시관, 종묘 등에 있던 유물이 모두 이관되고 1개층 5개 전시실에서 3개층 12개 전시실로 공간이확충됐기 때문이다. 상시 전시유물만 500여점에서 900여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나자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이귀영 유물과학과장은 “국립박물관 중 전례가 없다보니 모험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관리 효율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RFID 기업 에스넷시스템과 함께 태그 종류, 부착 위치, 인식률 등에 대한 두달간의 테스트를 거쳐 2007년 중반부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1차 사업으로 15개 수장고에 보관 중인 4만여 점의 유물 중 제2 수장고의 자기류 유물 2000여점 밑굽에 스티커 형태의 전자태그를 부착했다. 15개 수장고 모두엔 RFID를 활용한 출입통제시스템 과 실시간 위치확인 센서를 설치했다. ◇입출입 내역 실시간 파악=몇 겹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 박물관의 심장인 수장고에 들어섰다. 목에 건 RFID 목걸이가 자동으로 출입 시간을 체크한다. 직원들이 RFID 리더 기능이 내장된 PDA로 자기류 유물 정보를 확인하고 출입구에 설치된 태그 감지장치로 유물의 입출입 내역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수장고의 센서 네트워크는 온도, 습도와 같이 문화재 보존에 중요한 환경 요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문화재 훼손을 방지했다. 시스템구축 실무자인 도레미씨는 “유물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며 “손을 대지 않아도 모든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관리 내역의 실시간 DB 구축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 수백년 이상 보관하는 문화재에 대한 현재까지의 관리 과정을 알아야 미래 관리 방안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넷시스템 관계자는 “고궁박물관은 유물관리 적용으론 첫 사례”라며 “RFID를 통한 문화재 관리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자부했다. ◇업그레이드는 지속된다=수장고 한켠에선 계속 자기류 유물에 대한 RFID 부착 관련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자기류 5000점에 추가로 RFID 태그를 부착하고 4개 수장고와 보존처리실, 수장고의 메인 게이트에 RFID 리더 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목표다. 자체적으로 유물별 RFID 부착 위치, 분류코드를 표준화하는 등 시스템도 향상시킨다. 장기적으로는 2011년까지 4만7000여점의 전체 고궁박물관 유물에 RFID 태그를 부착,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RFID 활용 유물관리 시스템 확산을 위해 타 박물관 등과도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레미씨는 “최근 시스템 구축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적용 사례가 고궁박물관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용어설명:전자태그(RFID)=사물에 대한 정보가 담긴 극소형의 전자 칩이다. 무선주파수(RF)를 활용, 다른 정보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처리할 수 있다. 제품의 가격 정보 등을 기록한 바코드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무선으로 정보를 식별해 활용범위가 더 넓다. 업계는 제조공정이나 재고관리 유통 물류 등에 주로 쓰일 것으로 전망한다. 농산물 이력 추적 및 관리, 도서관리, 출입통제, 교통카드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