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징병돼 집을 나섰던 형님.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한 줄 없더니 한 줌의 뼈가 되어 이역만리 낯선 땅에 63년이나 잠들어 있었구려.” 일제강점기에 군인과 군속으로 강제로 전장에 끌려가 숨진 뒤 일본 도쿄(東京) 유텐(祐天)사에 백골로 안치돼 있던 한국인 101명의 넋을 위로하는 추도식이 22일 이 사찰에서 열렸다. 101위의 유골을 꿈에 그리던 고국 땅으로 봉환하기에 하루 앞서 열린 추도식에는 김경봉(73) 씨를 비롯한 유족 50여 명과 한일 두 나라의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아홉 살 때 전장으로 형을 떠나보낸 김 씨는 유족들을 대표해 읽은 추도사에서 “부디 오늘 하루만 더 참으시고 고향 땅에 돌아가면 모든 굴욕과 애절함을 잊고 편히 잠드시라”고 원혼들을 달랬다. 이번 유골봉환 대상 101명 가운데 87명은 구 일본군의 육군(군인 38명, 군속 49명), 14명은 해군(전원 군속)에서 강제 복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지역별로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22명 △파푸아뉴기니 11명 △미얀마 10명 △인도네시아 10명 △필리핀 6명 △대만 4명 △태국 4명 △기타 12명 등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66위, 하반기에 100여 위의 유골을 추가로 봉환할 계획이다. 유명환 주일 한국대사는 “오늘 추도식은 불행한 과거의 역사가 잉태한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귀중한 첫걸음”이라며 “한일 간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기인하는 문제들은 양국이 함께 협력하고 노력할 때 해결의 길이 열림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무라 히토시(木村仁) 일본 외무성 부상은 1998년 한일 공동선언에서 표명한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표한다”고 사죄했다. 기무라 부상은 “유텐사에는 101위 외에도 아직 많은 유골이 보관돼 있다”면서 “나머지 유골도 가능한 한 조속히 봉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시 고이치(岸宏一) 후생노동성 부상은 “달랠 길 없는 망향의 설움을 안은 채 끝내 돌아가신 분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 여러분의 깊은 슬픔과 그간의 노고에 그저 애도의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2004년 12월 한일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구 일본군이나 기업에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일본에서 사망한 한국인의 유골을 유족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실태조사 및 신원 확인 작업을 벌여 왔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올해 1월 101위의 유골을 우선 봉환한다는 데 합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