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경계선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남의 땅 일부를 점유해 묘를 썼다고 해도 점유 개시 50년이 넘었다면 굳이 무덤을 파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15일 이모씨(60)가 자신이 산 땅의 일부인 9.39㎡(2.8평)를 점유한 묘를 인도하라며 황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분묘굴이 등의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황씨가 1952년 묘를 쓸 당시 외관상으로 임야 경계선을 알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계복원 측량을 하면서 측량방법에 따라 침범 면적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 남의 땅 침범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 측에서도 땅을 구입한 1995년까지 이 분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의 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를 종합하면 피고가 1952년 분묘를 설치함에 있어 소유 의사로 묘역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 이래 20년이 경과한 1972년께 이 사건 묘역은 피고에게 시효취득됐다고 봄이 상당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5년 1월께 정읍 상평동 임야 4860㎡(1470평)을 공동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측량 결과 옆의 황씨 문중 묘의 일부가 경계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분묘굴이 청구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는 "특별한 점유권한이 없는 한 피고는 공유물 방해배제를 구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묘역을 굴이하고, 석물을 철거하고 토지합계 9.39㎡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이에 황씨 등이 제기한 항고심에서 대법원은 ""타인 토지에 분묘를 설치.소유하는 자는 그 점유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해 심리해 보지도 않은채 점유취득시효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결은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